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조정 흐름을 보이며 선진국증시와 디커플링 현상을 보였다.
이런 주가 차별화의 배경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미국의 금리 급등 문제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의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50bp(1bp=0.01%포인트) 급등했다. '트럼프노믹스' 또는 '트럼플레이션(트럼프와 인플레이션)'으로 지칭되는 트럼프 신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가 금리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감세를 통해 경제 성장률을 높이는 동시에 10년간 1조달러의 인프라 투자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미국 물가의상승 압력 확대와 재정수지 적자에 따른 금리 상승 전망이라는 컨센서스가 시장에선반영되고 있다.
문제는 한국 등 신흥국 국채금리의 동반 급등 현상이다. 미국은 경기회복 기대감 등을 바탕으로 금리 상승이 어느 정도 수용되는 분위기이지만 한국 등 신흥국 금리는 펀더멘털(기초여건) 요인보다 동조화 심리로 급등하고 있어 경기에 부담을 주는 동시에 증시 차별화 현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둘째 경제 펀더멘털의 차이다. 미국의 경기 사이클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국내 경기 사이클은 개선 흐름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경기는 증시 상승과고용, 주택경기 호조 등에 힘입어 올해 4분기에도 회복세가 기대되지만 국내 경기는정치불안,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과 자동차 파업 여파 등으로 성장률 둔화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심리지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여 만에 최저치로떨어진 것은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셋째 엔저 영향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7% 이상절하됐다. 엔화 약세가 일본 수출주들의 실적 개선 기대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또일본 국채금리가 일본은행의 장기 금리조작 정책에 힘입어 안정세를 유지해 국내 금융시장과 차별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환경 차이가 일본 닛케이 지수와 코스피의 정반대 행보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증시와 선진국 증시 간 차별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을 고려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국내 증시 등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을 자극할 수 있는 글로벌 이벤트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달 30일 개최될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 결과가 국내 증시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
이번 정례회의에서 감산에 합의한다면 신흥국 증시가 반등 모멘텀을 찾을 수 있겠지만 감산합의에 실패하면 단기적으로 유가와 신흥국 증시의 추가 조정 압력으로작용할 수 있다. OPEC 회원국 중 산유량 2, 3위 국가인 이란과 이라크가 최근 감산반대 입장을 나타내 합의 여부는 가변적인 상황이다.
또 다음 달 4일로 예정된 이탈리아의 국민투표도 주요 이벤트로 대기하고 있다.
최근 유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헌에 대한 찬성보다 반대 의견이 다소 우세한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총리직을 건 이번 개헌 국민투표가 부결되면 투표를 강행한 현 총리는 퇴진하고 내년에 조기 총선이 치러지게 된다. 이로 인해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득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과 유로 체제에 대한 불안감이 재차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경계 대상이다.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2%를 넘어 연고점 수준을 기록하는 상황에서국민투표 부결이 이탈리아 국채금리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지면 유로존 금융 불안이다시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약세를 보이는 유로화 가치하락을 부추기면 달러화 강세 현상은 더 심화할 수 있다.
다음 달 중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도 확인해야 할이벤트이다.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금융시장에서 기정사실로 인식된 상황이지만내년 추가 인상폭에 대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입장도 신흥국 증시에선확인해야 할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국내 증시 등 신흥국 증시 약세에도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국제 원자재 가격은 강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다만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중반까지 여러 대내외 이벤트들이 산재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간 차별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작성자 : 김승한 하이투자증권 투자정보팀장. ksip@hi-ib.com) ※ 이 글은 증권사 애널리스트(연구원)의 의견으로, 연합뉴스의 편집방향과는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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