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소 항소심 종결…배상액 절반 줄고 중과실 책임자도 없어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겼던 2011년 '중국고섬 사태'와 관련해 5년간 이어진 소송전이 중대한 과실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모양새로 종결 수순을 밟고 있다.
28일 중국고섬 피해자들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서울고법은 중국고섬 투자자들이 상장 주관사였던 옛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대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지만 배상액을 1심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대우증권이 중대한 과실을 저지른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중국 섬유업체인 중국고섬은 2011년 1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됐지만 2개월 만에 1천억원대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 거래가 정지됐다.
중국고섬은 결국 2013년 10월 상장폐지됐고, 주식이 휴지가 되면서 투자자들이날린 돈은 2천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당시 금융당국이 내린 제재는 상장 주관사인 대우증권에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전부였다.
중국고섬 피해자 550명은 2011년 9월 대우증권과 한국거래소, 회계법인 EY한영등을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했다.
2014년 1월 1심 법원은 피고 중 대우증권의 책임만 인정해 공모주 청약에 참가한 투자자 135명에게 청구액(62억원)의 50%인 31억원을 배상하도록 했다.
상장 이후 주식을 산 투자자를 제외한 채 공모주 청약 참가자들에게만 청구액의절반을 배상토록 한 판결이었다.
하지만 대우증권이 올해 2월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과징금 20억원을 취소하라며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 이기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손배소 항소심 재판부는 이 과징금 취소 소송의 결과를 보겠다며 재판을 멈췄고, 5월 대우증권이 과징금 소송 항소심에서도 승소하자 7월 재판을 재개했다.
행정소송 재판부는 "대우증권이 중요한 과실을 저지른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손배소 담당 재판부도 이를 참작해 대우증권의 중과실 책임은 없다는 이유로 배상액을 1심의 절반 수준으로 깎은 것이다.
중국고섬 사태가 터진 직후 '분식회계를 저지른 부실 외국기업을 제대로 실사도하지 않고 덜컥 상장시켜 수천억원대 피해를 일으켰다'는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금융당국은 물론 국회의원들까지 관련자 책임 추궁에 나섰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결과다.
대법원에 호소하는 길이 남아 있긴 하지만 오랜 소송전에 원고 피해자들이 지칠대로 지친 상태라 상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이 주관 증권사에 대한 본보기식 징계에만 집중해 회계법인이나 한국거래소의 책임을 제대로 따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제는 시간이 너무 흘러 회계법인 등에 책임을 묻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돼 버렸다.
또 소송전에서 한국거래소와 대우증권은 대형 로펌을 동원에 철통 방어에 나섰지만 개인투자자들의 편에 선 것은 중형 법률사무소 한 곳뿐이어서 애초에 이길 수없는 싸움이었다는 평도 나온다.
상장 주관 증권사와 회계법인, 한국거래소를 믿고 투자했던 피해자들은 5년이나끈 재판 결과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때 피해자들의 참여로 열띤 토론이 이어졌던 인터넷 카페에는 "별 기대는 안했지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거나 "법은 힘 있고 돈 있는 자들의 편인 것 같다"는 자조적인 댓글만 10여 건 올라와 있다.
banana@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