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근절 위한 '지정감사제' 강화 놓고 찬반 팽팽

입력 2016-10-25 14:00
채이배 의원, 회계제도 개선방안 토론회 개최



분식회계를 막기 위해 지정감사 제도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놓고 이해 당사자 간에 찬반 논쟁이 펼쳐졌다.



지금은 피감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직접 선임하는 자유수임제 체제에서 신규 상장 기업이나 부실기업에 한해 당국이 일정 기간 외부감사인을 지정하고 있다.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대표는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실 주최로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분식회계 근절을 위한 회계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서 "현 외부감사인 선임 제도는 기업이 마음대로 감사인을 선임하는 구조로 돼있다"며 "전면적인 지정감사제를 도입하고, 그것이 무리하다면 순환 방식의 지정감사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환 방식은 6년은 기업이 자유수임 방식으로 감사인을 선임하고 3년은 지정감사를 받도록 하는 일명 ƌ+3 방안'으로, 현재 분식회계 근절을 위해 정부가 가동 중인 태스크포스(TF)에서도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 대표는 "과거 감사인과 기업의 유착을 막기 위해 감사인 의무교체 제도를 도입했다가 감사인 간 과도한 수임경쟁으로 실패한 적이 있다"며 "6+3 방안을 채택했을 때 지정 감사인에서 기존 자유수임 감사인을 배제한다면 과거 의무교체 제도를보완하고 재도입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분식에 연관된 기업 임원에 대한 형벌과 과징금을 대폭 확대하고 손해배상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분식회계에 연루된 임원의 취업 제한 규정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ƌ+3 방안'에 대해 신중하게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교수는 "감사인 선임 원칙은 자유계약이어야 하고 일부 예외적 지정으로 충분하다"며 "모든 기업을 3년간은 '간접 감리'를 하겠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잦은 감사인 변경은 기업의 국제신뢰도에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감사위원회의 권한 강화가 근본적인 치유책"이라며 "현재 추진 중인 지정제도 강화는 정부가 시장수요와 공급을 직접 규제하는 것으로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식회계는 범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회계부정을 저지른 사람이형기를 마치면 다시 상장회사에 버젓이 복귀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발달한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분식회계 연루자 취업 제한이 법률적 문제로 어렵다면 그런 취업이이뤄진 기업을 바로 감사인 지정 대상으로 만드는 등 부담을 주면 된다"며 "분식회계 내부 고발자에 대한 포상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구의청 한국공인회계사회 연구위원은 ƌ+3 방안'에 찬성했다.



구 위원은 "우리나라의 자유선임제도는 선진국의 그 제도가 아니다"라며 "미국등 선진국은 소유·경영이 분리돼 감사위원회가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면서 외부감사인을 선임하고 보수를 결정해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외부감사인을 선임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장법인의 경우 자유선임 6년 이후 지정 감사인이 3년간 감사하게 함으로써 자유선임제도를 보완하고, 비상장법인은 공적자금 및 정부지원금 대상 회사 등공공성이 높은 회사를 중심으로 지정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계감사는 본질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인력과 시간을 투입할 필요가있다"며 "감사와 관련한 감사 보수의 최저한도 등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측은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지정감사제 확대에 우려를 표시했다.



기업을 대표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전무는 "분식회계나 부실감사가 발생했을 때 회사, 내부감시기구 및 외부감사인 각 당사자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강력한 리스크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지정제 강화가 전세계에 전례가 있는 제도인지, 우리나라의 경제위상에 맞지 않는 지나치게 과격한제도는 아닌지 몹시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못하면 이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본질적인 대안 마련일 것"이라며 "지정제 강화는 단기적 처방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banana@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