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5일 내놓은 상장·공모제도 개편 방안은 당장 실적은 내지 못하더라도 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담고있다.
자본력 부족에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창업 7년만에 나스닥에 상장한 미국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사례를 따라 '성장성 평가 특례상장' 제도를 도입, 한국판 테슬라를 만들어보겠다는 목표다.
특히 사업화 성공 이전 단계에서 상장시켜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이 자금부족 때문에 사멸하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는취지다.
◇ 상장후 성장 멈추는 기업들…이대로는 안 된다 금융당국은 국내 증시가 재무적으로 안정된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구성되면서 오히려 상장 이후 기업 성장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주목했다.
지금까지 증시가 투자자의 피해 방지를 위해 엄격한 재무 기준을 적용하는 데집중하면서 자금 조달이 절박한 성장 시기보다 이미 안정기에 진입한 뒤에야 상장이이뤄지면서 조달자금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됐다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신규 상장기업의 총자산순이익률(ROA)과 부채비율은 코스닥이 15.2%, 41.3%, 코스피 10.3%, 48.5%로 미국(-10.6%, 78.9%)이나 영국(-27.4%, 85.7%)에 비해 ROA는높고 부채비율은 낮다.
그러나 2010∼2015년 사이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 248개사의 3개년 경영성과를보면 매출 증가 기업비중은 75.0%, 58.8%, 54.2%로 주는 추세고 평균 영업이익률도15.5%, 11.5%, 9.8%로 낮아져 상장 이후 성장성은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모 자금이 성장하는 기업의 사업확장이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쓰이지 않고 대주주의 이익실현이나 지분가치를 증대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금융당국은 공모자금이 기업 성장에 한층 더 효율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성 있는 기업 발굴에 적극 나서게 된 것이다.
이번 개편 방안으로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상장 절차를 진행하던 상장 주관사는직접 성장성 있는 기업을 발굴하는 데 큰 역할을 맡게 됐다.
또 관행에 따라 획일적인 형태로 시행된 수요예측 업무도 기업가치 평가에 더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측된다.
또 이익 미실현 기업의 일반 상장 가능성도 열었다.
현재 이익 실현기업의 경우 300억원의 시가총액을 요구하는 점을 감안해 이익미실현 기업에는 500억원의 시총을 요구하고, 직전 매출액 30억원 이상이면서 직전2년 평균매출증가율이 20% 이상이거나 공모 후 주당순자산가치대비공모가(PBR) 200%이상을 충족할 경우 상장을 신청할 수 있다.
◇ 역할·책임 커진 주관사…풋백옵션으로 투자자 보호 세계적인 전기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한 테슬라는 적자 상태였지만 나스닥(NASDAQ)에 상장해 공모자금을 기반으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안정성을 중시해온 한국 증시에서 적자 가능성을 감수해야 하는 혁신 기업에 대한 투자는 낯설고 위험부담이 따른다.
특히 상장 주관사가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 기업에 대해 제대로된 검증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일반 청약자에게 일정 기간 풋백옵션을 부여하기로 했다.
풋백옵션은 주식 등 자산을 사들이는 투자자에게 일정한 조건에서 되팔 수 있는권리를 부여하는 계약을 말한다.
이날 발표된 개편 방안에 따르면 상장주관사는 성장성 특례상장 추천을 할 경우6개월, 이익미실현기업 상장 주선 시에는 3개월, 완화된 수요예측 또는 단일가격 방식으로 공모가를 산정하는 경우에는 1개월간 공모가의 90%를 보장하는 풋백옵션을부여해야 한다.
또 과거 3년간 상장을 주선한 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 폐지되면 1년간 특례상장이 제한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방안에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 중 하나가 상장 주관사의책임성과 자율성의 균형을 찾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무분별한 추천으로 기업이 상장하고 투자자가 손해를 입을 경우 그 뒤에 상장하는 기업과 상장 주관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책임부여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상장 주관사가 풋백옵션에 대한 비용 전부를 무조건 부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인수단이 나눌 수도 있기 때문에 부담이 그렇게 크지는 않으리라고본다"고 덧붙였다.
이번 개편방안은 올해 말까지 관련 규정 개정 등을 거쳐 2017년 하반기께 혁신기업 상장 등 실질적인 시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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