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투자시장에서 가치투자의 전도사로나선 존 리 대표(CEO)의 활약에 힘입어 시중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메리츠자산운용이 올해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회사의 투자 전략에 맞춰 중소형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짜인 펀드의 성과가 올해 들어 죽을 쑤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투자업계에선 이를 놓고 운용 성과를 더 길게 지켜보고 평가해야 한다는 신중론과 CEO의 대중적 인기를 앞세운 투자유치 마케팅을 주의해야 한다는 혹평이 맞서고있다.
23일 펀드 정보업체 제로인이 지난 21일 기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굴리는 국내 주식형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메리츠운용이 -16.46%로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운용은 지난해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인 '메리츠코리아펀드'로 2조원의 자금을 끌어모아 공모펀드 붐을 다시 일으킨 주인공이다.
그러나 '메리츠코리아1[주식]종류A'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5.86%로 전체 국내주식형 펀드 중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 펀드는 2013년 7월 8일 설정 이후 작년까지는 성과가 좋아 누적으로 22.60%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지만, 올 들어 코스피에서 대형주 중심의 강세장이 펼쳐지면서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코스피가 연초 이후 삼성전자를 주축으로 한 대형주 상승세로 3% 넘게 오른 점을 고려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메리츠운용이 야심 차게 출시해 3천억원대 자금을 모은 '메리츠코리아스몰캡[주식]종류A'도 연초 이후 수익률은 -18.97%로 처져 있다. 올해 중소형주 수익률(-8.90%)이나 코스닥 수익률(-1.15%)보다 훨씬 부진한 성과다.
이렇게 된 것은 메리츠운용의 기본 투자전략과 무관치 않다.
메리츠운용은 2014년 존 리 대표를 영입한 이후 장기 성장 가치주에 집중적으로투자하는 전략을 표방해 왔다.
존 리 대표는 대학 재학 중에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학교에서 회계학 학사를마치고 라자드자산운용, 도이치투신운용, 스커더인베스트먼트 등에서 주식운용 매니저로 활약하며 명성을 쌓았다.
메리츠운용으로 영입되고 나서는 가치투자 전략으로 시장에서 시선을 끌었다.
그의 투자전략은 시가총액이나 벤치마크를 고려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메리츠운용이 굴리는 펀드에는 주로 자체적으로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한 화장품, 음식료, 바이오 업종의 중소형 주식이 담겨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증시는 삼성전자 등 일부 대형주가 주도하기때문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로는 시장에서 초과 수익을 내거나 평균 수익률을 따라가기 쉽지 않은 특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존 리 대표는 일부 투자자들의 우려를 의식해 지난달 판매사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단기 주가 하락에 실망하지 말고 우리의 운용철학을 신뢰해 달라'는 내용의당부 서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오랜 기간의 운용 성과를 토대로 투자금을 유치하기보다는 존 리 대표(CEO)의 개인적 명성을 앞세워 투자자들을 모으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 당국은 최근 메리츠운용이 출시한 베트남펀드에 대해 존리 대표가 직접 투자 유치에 나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공했다는 얘기를 듣는 운용사들은 오랜 기간의트랙 레코드(운용 성과)로 자연스럽게 신뢰를 얻어 성장했다"며 "메리츠운용이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겉으로 드러난 운용사의 투자 전략과 CEO의 인기만 보고 투자에나섰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며 "수년간의 운용 성과를 보고 신중하게 투자 판단을 내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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