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망치는 회계부정> ②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

입력 2016-07-06 06:05
대우조선 사태로 일벌백계식 酷刑 도입 공감대 형성



대우조선해양의 수조원대 분식회계 사태를 계기로 세계 최하위권까지 추락한 우리나라의 회계 투명성 제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최근 발표한 2016년 국제 경쟁력 평가의 '회계와 외부감사의 적절성'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61개국 가운데 최하위 자리에 머물렀다.



기업의 경영 상태를 객관화한 수치로 보여주는 회계 자료는 자본주의 시스템을지탱하는 근본적인 인프라라는 점에서 최근 불거진 회계 불투명성 문제는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990년대 대우그룹의 20조원대 분식회계 사건에서부터 SK글로벌, 대우건설, STX조선해양에 이르기까지 잊을 만하면 대형 회계부정 사건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회계부정 근절을 위해 감시·처벌 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해야한다는 여론이 한층 거세다.



분식회계가 반복되는 문화를 바로잡으려면 분식회계를 저지를 엄두를 내지 못할정도의 가혹한 처벌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분식회계 사범 처벌은 주요 자본주의 선진국과 비교할 때 강도가 현저히 낮은 게 사실이다.



미국의 대표적 회계부정 사건인 엔론 사태 때에는 최고경영자가 1심에서 징역 24년형을 선고받는 등 경영인들이 흉악범죄자에게 내려질 법한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기업인 처벌에 유난히 관대한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0조원대의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2006년 징역 8년6월에 추징금 17조9천253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김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형집행 정지를 받았고 이어 2008년에는대통령 특별 사면까지 받아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인 추징금 17조원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김 전 회장 측은돈이 없다는 이유로 내지 않고 있다.



당시 분식회계에 연루된 대우그룹 임원들은 1심에서 대거 실형을 선고받았지만2심에서는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최근 들어서도 사정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작년 3천800억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된 대우건설은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0억원은 현행법으로 분식회계 기업에 부과할 수 있는 최대 액수다.



대우건설의 당시 대표이사가 부과받은 과징금은 1천200만원이었다.



분식회계를 제대로 적발해내지 못한 외부감사인 삼일PwC도 10억6천만원의 과징금을 내는 선에서 책임을 모면했다.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대우조선 역시 5조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최종 확인돼도 금융당국의 제재는 과징금 2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분식회계 기업에 부과하는 과징금이 너무 낮다는 지적에 따라 여러 건의 위반 내용 중 대표적인 한 건에 대해서만 과징금을 부과하던 방식을 다음달부터 바꿔 모든 건에 대해 과징금을 물리기로 했지만 소급적용은 되지 않는다.



이런 탓에 회계부정에 관여했다가는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경각심이 들 정도로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문제를 거론하면서 "미국의 엔론 사태 때는 경영자가 형사상 엄청난 중죄로 처벌받고 회계법인도 처벌됐으며 자문사는 해체됐다"며미국의 엔론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은 강력한 조치를 주문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회계부정과 같은 전문가 범죄는 감시망을 잘 구축한다고해도 적발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며 "일벌백계로 사전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있다"고 지적했다.



최중경 신임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협회 홈페이지에 올린 인사말에서 "회계가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선다"고 강조하고 "회계를 바로 세우려면 재무제표 작성자와회계정보 이용자에 대한 자기 책임을 강화하고 회계업계도 자율 자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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