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은 자존심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노령층은 여전히 그들을 '위대한 유럽인'이 아닌 '위대한 영국인'으로 여기고 있다. 그리고 과거'해가 지지 않는 나라'에 대한 향수를 여전히 품에 지니고 있다.
영국이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게 된 사건으로 파나마 운하 철수를 꼽는다. 당시 영국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파나마에서 손을 뗐다. 지금도 영국의 노인들은 당시 사건의 굴욕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과거 "다시는 유럽이 전쟁터가 돼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 윈스턴 처칠의 주장이 태동이 된 유럽연합(EU)에서도 영국은 점점 중심에서 밀려났다.
사실상 '독일 엘리트'들에 의해 제어되는 EU의 법과 제도에 영국이 지배받는 형국이 되고 있다.
브렉시트(Brexit)는 상처 난 영국인의 자존심을 제대로 건드린 사건이다.
그들은 사실상 별다른 대책 없이 브렉시트를 강행했다. 영국인의 자존심을 과소평가했던 세계 국가들과 투자자들은 영국에 한 방 맞은 꼴이 됐다.
이번 사건으로 파운드화 가치는 급락했으나 달러를 제치고 세상에서 가장 주목받는 통화가 됐다. 파운드화 등락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파되며 각국의 정치와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영국이 또 한 번 움직였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가 '추가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에서는 매입 대상 채권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일본도 무언가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바야흐로 영국이 글로벌 완화정책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투표 결과 발표 후 브렉시트 찬성 진영의 홈페이지에서는 공약이 싹 사라졌다.
영국인들은 브렉시트를 철저히 준비했다기보다는 그냥 '질렀다'고 보는 게 옳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결과 영국은 다시 세상에서 가장 주목받는 국가로 떠올랐다.
브렉시트를 찬성한 영국의 노인들은 이런 현상을 보며 만족스러워하고 있을까? (작성자: 박성현 삼성증권[016360] 연구원 sunghyun73.park@samsung.com) ※ 이 글은 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연구원)의 의견으로, 연합뉴스의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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