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100억 허공으로' 中 고섬사태, 아무도 책임 없나

입력 2016-06-16 05:01
내달 12일 1년5개월 만에 재개 항소심 재판결과 '주목'



2011년 코스피에 상장된 중국 섬유업체 고섬이분식회계로 상장폐지되면서 2천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날린 '고섬 사태'가 5년간 늘어진 재판 끝에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으로 끝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중국 고섬은 20011년 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지만 2개월 만에 1천억원대 분식회계 사실이 들통나 거래가 정지됐다.



고섬은 2013년 10월 결국 상장폐지됐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잃은 돈은 2천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당시 금융당국은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와 한화투자증권에역대 최대 금액인 20억원씩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선에서 제재를 마무리했다.



이에 반발한 투자자들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소송도 무위에 그칠 전망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6부는 고섬 투자자 540여 명이 두증권사와 한국거래소, 회계법인 EY한영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을내달 12일 다시 시작한다.



작년 2월 이후 1년5개월 만에 재판이 재개되는 것이다.



고섬 피해자들이 처음 소송을 제기한 2011년 9월 이후로는 4년10개월 만이다.



재판이 오랫동안 멈춘 것은 미래에셋대우가 제기한 과징금 20억원 부과 불복 소송 결과를 먼저 보기 위해서였다.



미래에셋대우는 1심에 이어 지난달 말 항소심에서도 이겨 피해자들에게 극히 불리한 상황이 됐다.



손배소 1심에서는 법원이 피고 중 유일하게 미래에셋대우에만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배상 산정액은 청구액 190억원의 6분의 1 수준인 31억원에 불과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과징금 취소 소송 1심에서는 과징금 부과의 절차상 문제가 인정됐지만 2심에서는 아예 우리의 중과실이 없었다는 판단이 내려져 손배소에서도 유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재판 내내 "고섬이 상장하기 전 3년간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한영의 감사 내용을 믿었을 뿐"이라며 한영 측 책임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영은 3년간 고섬의 분식회계에 속아 엉터리 감사보고서를 쓰고서도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제재는 과징금 3천여만원이 전부다.



손배소에서도 책임을 비켜갔다.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도 엉터리 감사보고서를썼기 때문이 아니라 금융당국에 회계 관련 자료를 늦게 냈다는 이유였다.



한화투자증권도 과징금 취소 소송을 내 '상장을 주도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일찌감치 항소심까지 승소한 상태다.



이 사태가 불거졌을 때부터 금융당국은 주관 증권사에 대한 보여주기식 징계에만 몰두해 담당 회계법인이나 한국거래소의 과실을 철저히 조사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당국이 철저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책임 소재를 따졌더라면 재판에서 피해자들에게 유리한 결론이 내려질 수 있었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지난 13일 미래에셋대우 과징금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에 상고했지만이미 수년 전 일이 돼 버린 고섬 사태는 점점 잊혀 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법인에 투자했다가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의 재산을 날린 개미 투자자들은 오랜 소송에 이미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이들의 인터넷 카페 '중국고섬 주주모임'에는 올 들어 게시글이 10건도 채 되지않는다.



이들은 상장 업무를 주관한 증권사와 상장을 받아들인 한국거래소, 그리고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 내용만을 믿고 투자했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한 피해자는 "더 큰 로펌이 사건을 맡았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소송은 이미 포기해서 (투자했던 돈은) 없는 셈 치고 살아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피해자 측 변호는 여의도의 한 로펌이 맡고 있지만 피고 측에선 태평양, 세종,광장, 화우 등 대형 로펌이 뛰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상장 주관사와 회계법인이 상장 과정에서 기업의 정보를 투자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긴 사건"이라고 말했다.



고섬 사태와 관련한 소송전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미래에셋대우는 작년 4월 EY한영, 9월에는 고섬, 12월에는 고섬의 한국 상장을도운 중국은행을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피해자들에게 돌아갈 돈은 없다.



중국 고섬 홈페이지에는 아직도 회사가 2011년 한국 증시에 상장됐다는 홍보 문구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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