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증권은 9일 정부가 내놓은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펀드를 '헬리콥터 머니'로 규정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해 단기금리를 최대 30bp(1bp=0.01%포인트) 떨어뜨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전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11조원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이 10조원, 기업은행이 1조원을 각각 대출하고 정부가 현물출자 방식으로 수출입은행에 1조원을 출자하는 방식이다. 이 펀드는 내달 1일 출범해 초기에 5조∼8조원을 투입하고 추가로 필요할 때마다 수혈하는 형태로 2017년 말까지 한시운영된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우리 정부가 조성하기로 한 자본확충 펀드는 주요국중앙은행들이 실행하기 주저하는 '헬리콥터 머니'에 해당한다"며 "2차 대전 이후로세계에서 사실상 처음"이라고 주장했다.
하늘에서 돈을 뿌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헬리콥터 머니는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002년 디플레이션 탈출 수단으로 거론하면서 유명해졌다.
이 용어의 원조는 시카고학파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으로, 1969년 "헬리콥터에서 돈을 떨어뜨리면 시민들이 주워서 사용하는, 효과적인 디플레 탈출과 경제회생 방법"이라고 처음 소개했다.
그러나 실제로 돈을 뿌리는 것은 아니고, 중앙은행이 정부 발행 국채를 매입하는 형태로 돈을 찍어 재정 확대에 쓰는 방식이다.
문 연구원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QE)는 유통시장에서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이지만, 우리나라 자본확충펀드는 발행시장에 직접 참여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형태로 사실상 '헬리콥터 머니'로 볼 수 있다"며 "위기가 아닐 때 이처럼 대규모로 조성되는 건 사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단기 자금시장에 유동성 공급량을 늘리고 실세 기준금리에 하방 압력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본확충펀드는 중앙은행이 발행자로부터 직접 유가증권을 인수하는 구조로, 실물 경제에 직접 돈을 투입하는 효과가 있다"며 "한은 대출 10조원은 명목 국내총샌산(GDP)의 0.7%로, 모두 풀렸다고 가정하면 은행 예금이 그만큼 늘어나 자금시장에 20%의 초과 유동성 공급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 계산하면 이런 유동성은 실세 기준금리를 목표 대비 0∼30bp가량 떨어뜨리는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글로벌 통화정책의 미니 실험실이 될 것"이라며 "세계에서 만연된 통화정책 무용론을 넘어 실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정책이 될지 기대된다"고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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