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이 4월 금융정책위원회(이하 금정위)에서 사실상아무것도 내놓지 못한 충격파가 일본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엔/달러 환율은 3% 넘는 기록적인 낙폭(엔화가치 상승)을 보였다.
사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와 금정위의 결정은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첫째, 정책 효과 측면이다. 이미 시장은 이번 회의에서 여러 대책이 나오더라도효과는 짧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시장 참여자들이 금정위의 대책을 출구전략재료로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정책 카드를 소진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을 것이다.
둘째, 정책 여력의 측면이다. 양적질적완화(QQE)로 시장에선 채권 품귀현상이두드러져 기술적으로 매입 규모를 확대하기 힘든 상황이었고 마이너스 금리 추가 인하 또한 내부 반대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정책 공조 측면이다. 일본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밖으로 미국과 공조, 내부에선 기관들과 공조가 각각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미국이 달러 약세를 용인하고 있는 상황에선 일본 정책만으로엔화의 상대적 약세를 밀어붙이기 힘들다.
기관들이 해외투자를 더욱 확대해 자본 유출을 유도해야 하는데 이 역시 엔화약세 기조가 흔들리는 상황에선 논란이 많다.
문제는 이런 일본은행의 '딱한 사정'이 알려지면서, 그간 엔화 약세를 이끈 '엔캐리 트레이드(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나라의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것)'의 청산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노믹스가 본격화된 2014년 중반 이후 일본 내국인의 해외증권 투자규모는대략 50조 엔에 이른다. 우리 돈 550조원으로 엄청난 규모이다.
만약 이 자금이 엔화 강세 장기화에 불안을 느껴 본국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면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
실제 이달 일본 내국인들은 6천800억 엔의 해외주식을 순매도했다. 24개월 연속순매수 행진이 마감된 것이다.
만약 일본은행의 신뢰 실추가 이어진다면 추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압력이글로벌 주식시장을 압박할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를 노린 헤지펀드의 공격이 가세할 수도 있다.
한동안 우리의 관심은 온통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스탠스와 금리 인상여부에 쏠려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관심을 일본으로 돌려야 할 것 같다.
(작성자: 박성현 삼성증권[016360] 연구원 sunghyun73.park@samsung.com) ※ 이 글은 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연구원)의 의견으로, 연합뉴스의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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