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방살이' 금융위원회 표지석 이사 앞두고 애물단지 전락

입력 2016-04-2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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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갈 수도 없고, 받아주는 곳도 없고…" 내달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입주하는 금융위원회가 4년 전 제작한 표지석 처리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건물 일부를 빌려 쓰고 있는 금융위는 다음 달 21일부터 인근 정부서울청사 15∼16층으로 이사한다.



정부서울청사는 행정자치부, 통일부, 여성가족부 등 여러 부처가 사용하는 건물이다.



이 때문에 금융위 표지석을 따로 설치할 수가 없다.



이런 사정으로 금융위는 최근 국가기록원에 표지석을 넘기겠다는 뜻을 전했지만'기록물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표지석을 원하는 개인이나 단체라도 나타나면 넘기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을 경우 돈을 들여 폐기해야 한다.



금융위는 표지석을 철거하는 데만도 크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적어도 250만∼300만원가량 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는 김석동 위원장 시절인 2012년 '광화문 시대'의 상징물로 이 표지석을만들어 설치했다.



자체(字體)는 서예가 학정(鶴亭) 이돈흥 선생의 것이고, 돌에 글자를 새기는 일은 거암(巨巖) 서만석 선생이 맡았다.



비석 옆 귀퉁이에는 표지석 제작에 관여한 사람들과 김석동 당시 위원장의 이름이 새겨졌다.



석재 구입비, 제작자에게 지급된 사례비, 설치비 등을 합해 약 1천300만원의 예산이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권 일각에선 '셋방살이'를 하는 금융위가 이사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채 화려한 간판 만들기에 급급한 나머지 결과적으로 혈세를 낭비했다는 곱지않은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2년 금융위가 프레스센터 건물로 옮길 때도 굳이 꼭 필요한 이사였는지를 두고도 사실 뒷말이 무성했다.



당시 금융위는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 일부를 임차해 청사로 쓰고 있었다.



저축은행 사태 등을 놓고 금감원과의 불협화음을 겪기도 한 금융위는 공식적으론 '공간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세종청사 등 지방으로 이전하는 걸 피하기 위한 것이 핵심 이유가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관가와 금융권 안팎에서 나돌았다.



또 지금 장소로의 이전이 불가피했다고 해도 얼마 동안이나 빌려쓸지 모르는 사무실 건물 앞에 상당한 예산을 들이면서까지 표지석을 설치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가기록원이 표지석을 받지 않겠다고 해서 자체 기록물 평가심의위를 열어 처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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