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선택은…현대證 인수전 참여 막판 고심

입력 2016-03-22 19:30
오는 25일로 예정된 현대증권[003450] 본입찰에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할지를 두고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있다.



미래에셋증권은 22일 "LK투자파트너스로부터 SI로 현대증권 인수에 참여해 달라는 투자제안을 받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공시 내용에는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단서가 붙었다.



미래에셋증권의 한 관계자는 "참여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25일 본입찰 직전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박 회장이 이 문제를 놓고 숙고를 거듭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아시아 1위의 글로벌 투자은행(IB)을 키우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박 회장 입장에선 LK파트너스와 함께 SI로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이 우선 비용부담이적다는 측면에서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자기자본 규모가 3조2천억원에 달하는 현대증권 매각 예상 가격은 현재 7천억∼1조원 범위에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셋이 SI로 참여한다면 1천억∼3천억원의 투자만으로 이미 품에 안은 KDB대우증권에 이어 장기적으로 현대증권까지 넘볼 수 있다.



LK파트너스가 현대증권을 인수한 뒤 추후 지분을 미래에셋에 팔 수 있는 풋옵션을 주는 방식의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대우증권 인수로 미래에셋이 현대증권을 홀로 인수하기에 부족한 자금을 마련할 시간을 벌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래에셋이 LK파트너스와 손잡고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하고서 언젠가 합병까지한다면 자기자본 5조8천억원 규모의 통합 미래에셋대우증권에 현대증권까지 더해진자기자본 8조4천억원 규모의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자기자본 10조원 규모의 대형 투자은행을 키워야 한다는 박 회장의 꿈이 현실에 한층 더 다가서게 되는 셈이다.



미래에셋으로서는 만에 하나 합병이 어렵게 되더라도 추후 지분을 팔아 투자 수익을 챙길 수도 있다.



LK파트너스는 확실한 인수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한 일부 SI들에 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자인 현대그룹 입장에서도 미래에셋의 현대증권 인수전 참여가 매각가격을올릴 수 있는 호재라는 점에서 나쁠 게 없는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선 그러나 미래에셋이 섣불리 나서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대우증권 합병 절차를 차질 없이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금융위원회의 대우증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절차를 밟고있다. 이르면 23일 열리는 증권선물위원회 심사에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안에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게 되면 다음 달 중 잔금을 납부해 대우증권 인수 절차를 일단락짓고 연내 합병까지 마무리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들면 경쟁 업체들의 견제가 심해져 결과적으로 득보다는 실을 볼 수 있는 부담이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규모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미래에셋으로선내실을 다져 대우증권과의 실질적 통합을 원활히 추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며"이 작업을 하기 전에 다른 타깃을 잡는다는 게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한다고 해서 LK파트너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선정된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미래에셋이 일단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있다.



다만 대형 증권사 2곳을 모두 가져갈 경우 곱지 않은 시선이 불거질 수 있어 대우증권 합병을 앞둔 미래에셋으로선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미래에셋 측이 "투자제안을 받아 검토하고 있으나 최종 결정은 25일 본입찰에직전에야 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그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증권 인수전에 미래에셋이 뛰어들 움직임이 구체화된 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좌불안석의 처지에 놓였다.



한국금융과 KB금융은 작년 말 KDB대우증권(산은자산운용 포함) 본입찰에서 각각2조2천억원, 2조1천억원 안팎의 가격을 써내 2조4천513억원을 제시한 미래에셋증권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의 현대증권 인수전 참여 검토 소식이 알려진 뒤 한국금융과 KB금융지주가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비싼 값을 치르는 게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hyunmin623@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