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10곳중 1곳 황금낙하산 도입…위로금 최대 500억

입력 2016-02-01 07:05
"M&A 대응 수단이 사익 추구에 이용 우려"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의 대응 수단 중하나인 '황금 낙하산'(golden parachutes)이 빠르게 확산돼 이미 국내 상장사 10곳중 1곳 꼴로 이를 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황금 낙하산은 적대적 M&A로 인해 비자발적으로 해임되는 경영진에게 퇴직 위로금을 주도록 하는 제도이나 금융위기 때 미국 월가의 최고경영자들이 경영 실패에도거액의 퇴직금을 챙기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국내 상장사들이 도입한 황금 낙하산 역시 퇴직 위로금을 과다하게책정하거나 부적절하게 사용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1일 '국내 상장사 황금 낙하산 도입 현황' 보고서에서 "경영진의 사익 추구에 유용될 여지가 있는 M&A 방어수단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최근 조사에서 최저 300억원의 퇴직 위로금을 규정한 사례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기업지배구조원이 작년 1월 기준 상장사들의 정관을 조사한 결과 978개 코스닥상장사 중 158개사(16.2%)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714개사 중 25개사(3.5%)가 각각황금 낙하산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황금 낙하산 제도를 보유한 상장사의 비율은 평균 10.8%에 달했다.



황금 낙하산은 국내에선 2001년 옵셔널벤처스코리아가 처음 도입하고서 5년 전인 2010년 4월 현재 코스닥 상장사 951개사 중 117개사가 채택한 것으로 집계(코스닥협회 조사)된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 황금 낙하산에 따른 보상 유형은 퇴직금 외 추가 위로금 지급과자기자본의 일정 비율 지급, 하한 또는 상한 설정, 금액 미정 등 기업별로 다양하게규정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대표이사에 대한 퇴직보상 규모의 하한액을 따질 수 있는 158개사만놓고 보면 하한액을 50억원으로 정관에 명시한 업체가 72개사로 가장 많고 30억원(24개사), 100억원(21개사) 등 순이었다. 300억원 이상인 업체도 3개사가 있었다.



한 업체의 퇴직보상 하한액은 자기자본의 160.3%에 달하는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한액이 없는 한 업체는 500억원을 상한액으로 정했다.



엄수진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적대적 M&A를 따지지 않고 비자발적인 해임에대해 황금 낙하산 규정을 포괄 적용하거나 최대주주인 등기이사에 한해 추가 퇴직금을 명시하는 등 M&A 방어 수단을 부적절하게 이용하는 사례도 발견됐다"고 말했다.



엄 연구원은 "원래 황금 낙하산은 적대적 M&A에 대응해 M&A 비용을 높여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이지만 부실경영을 한 경영진이 사적 이익을 추구해 기업가치를 훼손할 우려도 있다"며 "특히 국내에서는 부정적으로 간주된다"도 지적했다.



국내 첫 도입사례인 옵셔널벤처스가 나쁜 선례를 남긴 것도 이 제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001년 당시 옵셔널벤처스 대표는 회사의 퇴출 위기를 앞두고 퇴직금 지급규정을 바꾸는 방식으로 황금 낙하산을 악용, 46억원을 챙겼으며 이듬해 이 회사는상장 폐지됐다.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 등 서구에서도 황금 낙하산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됐다.



ev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