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의 역습> ② 46조 H지수 ELS 시장 '초긴장'

입력 2016-01-15 05:05
8,500선 붕괴에 1천500억 원금손실 구간 진입…조기상환도 막혀7,000선 깨지면 8조 손실 위험…"지수형 ELS는 안전" 옛말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떠오른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에 중국발 쇼크로 인한 경고음이 날로 커지고 있다.



중국 증시 폭락으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가 고점 대비 40% 이상하락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원금을 상당 부분날릴 위기에 처했다.



중국 증시 불안이 이어질 경우 ELS 투자금 손실이 수조원대로 불어날 수 있다는분석이 나온다.



◇ H지수 기초로 작년 46조 발행…원금 손실 우려에 '발동동' 15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ELS의 전체 발행 잔액은 67조2천59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주식형 펀드(공모형) 설정액(12일 기준 60조4천949억원)보다도 큰 규모다.



ELS가 특정 지수나 개별 종목이 일정 수준 이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은행금리+α'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중위험·중수익의 대표주자 격으로 자리매김한 덕분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손실이 날 경우 피해가 눈덩이처럼불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계속 돼왔다.



실제 이번 중국 증시 불안으로 H지수가 동반 폭락하며 ELS 상품의 위험성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지난해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 규모는 총 46조3천364억원으로 지난해전체 ELS 발행 규모(76조9천499억원)의 60%를 차지한다.



지난해 4월 14,000선을 돌파해 고공행진을 펼치던 H지수가 현재 8,500선 밑으로주저앉음에 따라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 일부도 원금 손실 구간(녹인배리어·Knock-in barrier)에 진입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지난 13일 종가를 기준으로 H지수 기초 ELS(공모형·원금비보장형) 중 녹인배리어 아래로 떨어진 상품은 모두 144개로 집계됐다. 발행 금액 기준으로 이들 상품의 규모는 1천509억원에 달한다.



녹인 구간에 진입했다고 곧바로 손실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발행 후3년째인 만기 시점에도 일정 가격 이상을 회복하지 못하면 투자자는 지수 하락폭 수준의 원금 손실을 보게 된다.



지수가 14,000일 때 ELS에 가입해서 만기 시 7,000선까지 지수가 하락했을 경우원금의 약 50%를 날리게 된다는 뜻이다.



아직은 녹인 배리어 이하로 떨어진 상품 규모가 제한적이지만, H지수가 추가 하락할 경우 손실 발생 ELS 규모는 수조원대로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전문가들은 H지수 7,000 이하를 본격적인 녹인 발생 지수대로 보고 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H지수 ELS의 녹인이 발생한 물량은 지수 14,000 이상에서 모집된 일부 규모로 제한적"이라며 "녹인 물량이 집중된 지수대는 6,000∼6,500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안타증권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H지수가 8,000~8,500일 경우 원금손실구간에 추가로 진입하는 ELS 규모는 6천780억원, 7,500~8,000의 경우 1조6천852억원, 7,000~7,500의 경우 2조2천775억원, 6,500~7,000의 경우 3조6천268억원으로 추산했다.



즉, H지수가 7,000선 아래로까지 밀릴 경우 8조원이 넘는 자금이 원금 손실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분석이다.



◇ "지수형 ELS는 안전하다더니"…'고위험' 상품 숙지돼야 이번 H지수 폭락으로 다시 한번 ELS 시장의 과열에 대한 경계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ELS는 예금 상품보다 조금 더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처럼 투자자들에게 홍보되고 있지만, 이번 H지수 급락 사태에서 보듯 한번 피해가 나면 손실 규모가 큰 고위험 상품으로 보는 게 맞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지수가 40~50% 하락할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지수형 ELS는 종목형 ELS와 달리 매우 안전한 편"이라는 식의 논리로 ELS를 대규모로 발행·판매해왔다.



또한, ELS가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면서 나타난 특정 기초자산에 대한 쏠림 현상도 해결돼야 하는 문제다.



3~4가지 지수에 대한 쏠림이 지속될 경우 특정 지역이나 국가 리스크로 ELS 시장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H지수 급락에 조기상환 금액이 급감하는 등 전체 ELS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ELS의 조기 상환금액은 거의 매달 수조원씩을 기록했었으나, 이달(지난 13일까지) 조기상환 금액은 2천296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H지수가 반등하지 않는다면 대다수 H지수 ELS의 조기상환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게 된다.



이처럼 조기상환이 미뤄지면서 투자자들의 투자자금이 ELS 상품에 계속 묶여 있는 '돈맥경화'도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H지수가 하락하며 3개월, 6개월마다 이뤄지는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ELS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기상환이 줄며 투자자들의 ELS 재투자도 같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 설명했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ELS 상품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쏠림 현상이 문제"라면서 "작년 발행된 ELS 중 절반 이상이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편입하다보니 중국 시장 불안에 전체 ELS 시장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오인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sj9974@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