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이슈 속 실적개선 달성…경쟁력 제고에 집중"
"회사 재매각 여부나 일정 등에 대해서는 아직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 상황입니다. 미래의 일이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할 수 있는 부분, 즉 금융투자회사로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윤경은(54) 현대증권 사장은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매각 이슈로상당히 불리한 영업 환경에서도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뤘다"며 회사 경쟁력에 강한자신감을 보였다.
현대증권은 그룹의 자구계획 일환으로 지난해 매물로 나와 매각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인수를 추진하던 오릭스 프라이빗에쿼티 코리아로부터의 지분계약 해제 통보로 매각 작업은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이다.
매각 이슈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 언제든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에 시장의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윤 사장도 지난해 아쉬웠던 부분으로 "매각 이슈로 상대적으로 법인영업(홀세일)에 어려움이 있었고,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을 위한 중장기 사업을 준비하는 데 제약이 따랐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안정적인 실적 성장을 이뤄낸 점에 대해 스스로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모든 임직원이 힘을 합쳐 노력한 결과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10배이상 성장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자기자본 대비 수익률(ROE)은 대형사 중 최고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IB(투자은행) 부문이 실적을 견인하고 리테일도 큰 폭의 영업이익 흑자를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증권은 지난해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줬다는평가를 받았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8월 일본 최대 쇼핑업체인 이온 쇼핑몰 매각으로 투자 2년만에 약 215억원의 수익을 낸 데 이어 도쿄에 있는 사무실용 건물인 요쓰야 빌딩의매각도 추진 중이다.
아직 4분기 실적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현대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397억원)보다 대폭 늘어난 3천65억원에 달한다.
윤 사장은 "지난해 성과를 토대로 임직원들이 강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회복했다"며 "확정된 게 없는 외부 요인보다는 회사 가치증대에만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강조했다.
그는 올해 현대증권의 화두로 제시하는 부분은 IB 특화와 인터넷은행이다.
그는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의 결합으로 국내 금융시장에도 자기자본 8조원 규모의 '공룡'이 탄생하게 된다"며 "이들과 똑같은 사업 모델로 경쟁할 수도,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백화점식 영업'을 더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수익성이 낮은 사업,과당 경쟁으로 인한 '제살 깎아먹기'식 사업 부문은 과감히 축소하고, 우리가 잘할수 있는 부분에 자원을 더 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너도나도 글로벌 IB를 외치고 있지만, 현대증권만큼 의사결정과정이 신속하면서 합리적인 회사는 없다"고 자신했다.
현대증권은 이 같은 방향 아래 기업신용공여와 인수금융 등의 IB 부문, 해외부동산 투자 및 글로벌 트레이딩 사업 등 자본활용 사업에 대한 투자를 보다 확대할계획이다.
지난해 시장의 관심을 받은 부동산 금융 부문에 대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실시할예정이다.
윤 사장은 인터넷은행 진출을 계기로 자산관리(WM) 부문에서도 고객 저변을 넓혀 나가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윤 사장은 "모든 금융사의 고민은 신규 고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기존 고객들의 이동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인터넷은행으로서 불특정 다수를 위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고액의 프라이빗뱅킹(PB) 고객을 유지하기 위한 경쟁이었다면인터넷은행 참여를 통해 5천만원 정도의 자산을 가진 고객들에 대한 자산관리 서비스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이와 관련해 통합형 로보어드바이저(인공지능 자산관리) 개발을 추진 중이다.
윤 사장은 "로보어드바이저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특성별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최적의 타이밍에 최적의 메시지를 자동조언하는 방식으로 비대면이라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증시와 투자 방향의 키워드로는 '중위험·중수익'을 제시했다.
그는 "올해 폭발적인 장세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며 "원금보장형주가연계증권(ELS) 등과 같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다양하게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sj9974@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