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투자전략> 코스피 2,000 부근서 현금비중 높여라

입력 2015-12-24 08:09
국내를 포함한 세계 경제가 서비스업 인플레이션과 제조업 디플레이션이 공존하는 바이플레이션(Bi-flation) 상황에 직면해 있다.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기 시작한 2011년 중반 이후 세계 제조업은 디플레이션환경에 노출돼 있다. 이런 점이 제조업 강국인 국내 경제를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있다.



사상 최장 기간 이어진 생산자물가지수(PPI)의 하락도 제조업 디플레이션의 그림자이다.



디플레이션은 수요 부족과 공급 과잉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최근의제조업 디플레이션은 투자 중심으로 달려온 중국의 성장 속도가 현저히 둔화하면서수요는 위축되는 반면 과잉투자에 따른 공급 과잉이 상호 작용해 나타난 결과이다.



경제가 고성장하면 투자가 늘어나게 된다. 중국보다 먼저 고성장의 길을 지나온일본과 한국도 과잉 투자의 몸살을 앓았다.



2011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 비율은 45%에 달했다. 이는 과거 어느 나라도 도달해 보지 못한 수치다.



반면 수요는 취약하다. 올해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독일, 일본, 중국 등 거의모든 국가의 수출이 감소했다. 주요국들의 수출 감소는 세계 수요 증가가 정체 또는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 국가가 취할 방법은 자국 통화가치 절하를 유도해 수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미 일본이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로 엔화가치를 낮췄고, 올해 유럽중앙은행(ECB)도 양적완화 대열에 합류해 유로화 가치를크게 떨어뜨렸다. 자국 통화 기준 올해 독일과 일본의 수출 증가율은 6.4%, 4.7%를각각 나타냈다.



디플레이션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서 발생한다.



원유 시장이 대표적이다. 바닥 모르고 추락하는 국제 유가는 과잉 투자의 산물이다. 한 때 세계를 호령한 국내 조선업의 어려움, 좀처럼 실적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철강업종의 장기 불황도 세계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제조업 디플레이션은 공급자의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될 수밖에 없다. 경쟁력이 없는 생산자가 퇴출당하거나, 기업 간 인수합병을 통해 생산량을 줄여야 디플레이션이 극복될 수 있다. 중후 장대형 산업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벌어질 구조조정은 내년 세계 경제의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고, 제조업 강국 한국도 세계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세계 제조업체들의 디플레이션 극복 과정에서 광범위한 구조조정 흐름이 나타날가능성이 크다.



비효율적인 경제 주체의 퇴출이라는 관점에서 자원 부국 국가의 위험과 에너지기업, 한국의 중소기업과 중후 장대형 산업에 속하는 기업들의 재무 위험이 커지고있다. 시스템 위험은 특정 경제 주체의 재무 위험이 커지는 국면에서 발생한다. 이때 주가는 적정가치인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밑으로 내려가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코스피는 2011년 이후 좁은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코스피 저점은 2011년 1,644(미국 국가신용등급 하향), 2012년 1,758(유로존 재정위기), 2013년 1,770(버냉키 쇼크), 작년 1,881(신흥국 디폴트 위험), 올해 1,800(미국 금리인상 우려) 등이다.



내년 코스피는 PBR 1배를 밑돌 수 있다고 본다. 시스템 위험 발생 가능성을 고려하면 내년 저점은 올해보다 낮아질 수 있다.



다만, 코스피가 장부가로 확정 실적 기준 PBR 1배인 1,927을 밑돌면 시간을 감내할 수 있는 장기 투자자 입장에선 절호의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



내년 투자의 성패는 시스템 위험이 커지는 과정에서 증시가 적정 가치 밑으로떨어지는(오버 킬 되는) 국면에서 주식 비중을 늘릴 수 있는지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선 코스피 2,000 부근에선 현금 비중을 높이는 것을 권한다.



(작성자: KDB대우증권 김형래 연구원 hyungrea.kim@dwsec.com ) ※위의 글은 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개인 의견이며,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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