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실험에 대한 평가도 엇갈려…내부 불만 커
'미스터(Mr.) 쓴소리', '증권업계의 돈키호테'등으로 불리며 파격 행보를 잇던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자신의 '개혁 실험'에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임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리테일본부의 근간을 뒤흔드는 제도를도입하려다가 '집단 반발'의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 대표는 지난 2013년 9월 한화투자증권 대표로 취임하고서 '고객과의 신뢰 회복'을 목표로 경영 실험에 가까운 다양한 제도 개선책을내놨다.
매도 리포트 확대, 고위험 주식 선정 발표, 수수료 기준의 개인 성과급제 폐지,과당매매 제한 등 주 대표의 잇단 실험은 증권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평가는 찬반으로 엇갈렸지만 주 대표는 새로운 실험을 통해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으려고 애쓰는 '개혁의 아이콘'으로도 자리매김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5일 실시 방침을 공언한 '서비스 선택제'의 경우 주 대표 스스로 밝혔듯이 "(증권업계의) 다른 문제를 일거에 개선하기 위한 최종 단계"의 제도다.
하지만 주 대표의 시도에 제동이 걸렸다.
리테일본부를 중심으로 임직원들이 일제히 이 제도의 도입을 반대하고 나섰기때문이다. 지역 사업부장과 지점장들이 대표실을 항의 방문한 데 이어 직원 성명까지 나오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서비스 선택제는 고객의 주식 위탁 계좌를 상담 계좌와 비상담(다이렉트) 계좌로 나눠 다이렉트 계좌를 선택한 고객에게는 거래 건당 정액으로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경우 거래대금이 적은 투자자의 수수료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 고객 이탈과영업기반 훼손이 우려된다는 게 반대하는 임직원들의 주장이다.
한 직원은 "주 대표가 그동안 '고객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내걸고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지만 서비스 선택제는 그런 원칙에서 벗어난다"고 비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주 대표가 야심 차게 내놓은 대책도 상당 부분 '쇼'에 불과하지 실속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도 리포트 문제를 수면으로 끄집어낸 것은 바람직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정작한화투자증권의 매도 리포트 숫자는 많지 않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의 전체 보고서 중 매도 보고서 비율은 6월30일 기준으로 8.3%다. '매수'는 66.7%, '중립'은 25.0%다.
다른 증권사에 비하면 매도 의견 비율이 높지만 다른 증권사가 매일 적게는 3∼4건, 많게는 10건 안팎의 보고서를 내놓는 데 비해 한화투자증권은 일주일에서 열흘에 1건꼴로 보고서를 낸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율 자체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지적도 있다.
여기에는 소속 인원이 50명에 달하던 리서치센터 규모가 주 대표 취임 이후 급감해 현재는 18명으로 줄어든 데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리서치센터뿐 아니다. 주 대표 취임 직후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300명이 넘는 직원이 회사에서 나갔고 이후에도 100명이 넘는 직원들이 퇴사했다.
한화투자증권의 한 임원은 "하도 퇴사가 많다보니 언젠가부터 아예 퇴사 공지는하지 않고 있다"며 "모 증권사의 경우 브로커리지 실적 상위권 직원 대부분이 한화투자증권 출신일 정도로 능력 있는 직원들이 줄줄이 이탈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합병 반대 보고서를 낸 것에 대해서도 소신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한편으로 내부에서는 "주 대표가 연구원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보고서를 쓰도록 강요한다"는 불만도 나오는실정이다.
실적에 대한 평가 역시 엇갈린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영업수익(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7%, 835% 증가한 5천410억원과 354억원을 기록했다.
한화투자증권 스스로도 실적 개선 요인 중 하나로 '비용 관리 효율화'를 꼽았듯직원 감소에 따른 인건비 절감이 실적 개선의 큰 배경인 만큼 후한 점수를 주기는무리하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이번 집단 반발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주 대표의 '일방통행'식 소통이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동안 주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새 제도의 도입 취지를 소개하고 직원들과도 매주 소통의 시간을 가진다고 강조해왔지만 정작 서비스 선택제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오자 사내 인트라넷과 직원 이메일 계정을 막는 등 소통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비스 선택제를 하지 않으면 직원 100명을 자르면 된다", "직원 이탈로 문제가 생기면 점포 문을 닫으면 되지 무슨 문제냐"고 말하는 등 잦은 '막말'도 직원들의 불만이 쌓이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후문이다.
hanajja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