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지만조정을 받는 증시가 큰폭의 상승세로 전환하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투자심리 개선에는 긍정적이지만 증시에 즉각적으로 자금이 유입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수출 부진 등 악재 속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한 기대는 커졌다. 이러한 정책적 대응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내외 불안 요인이 남아 있고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이 겹친 '네 마녀의 날'을 맞은 이날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금리 인하 효과가 당장 뚜렷하게 나타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정부가 경기 둔화에 대응해 정책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는 주식시장에 호재지만 그만큼 소비심리가 악화된상황"이라며 "두 변수가 상쇄되는 형국이어서 당분가 지수는 횡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종전 연 1.75%에서 1.50%로 내렸다. 이는 지난 3월 2.00%에서 1.75%로 0.25%포인트 조정한 후 3개월 만이다.
이로써 국내 기준금리는 금융위기 당시 저점이던 2009년 2월 연 2.00%보다 0.5%포인트나 낮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승민 삼성증권[016360] 투자전략팀장은 "금리 인하에 이어 추경 편성도 거론되면서 당국이 총력 대응하고 있다는 점은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 금리 인상 시점이 다가오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위축돼있고 수출과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은 조정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코스피는 강세를 보였지만 한은의 금리 인하 소식에도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되지는 않았다.
코스피는 금리 인하 발표 직전인 오전 10시 현재 전날보다 0.45% 오른 2,060.51을 나타냈다. 오전 11시 30분 현재 지수도 0.47% 오른 2,060.97이다.
저금리 수혜주로 꼽히는 증권 업종도 금리 인하 발표 직후 3%대 급등했지만 약세로 돌아섰다.
당장 금리 인하가 지수를 끌어올리지는 못하지만 시간을 두고 증시에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형렬 교보증권[030610] 매크로팀장은 "정책 당국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쓸 수있는 카드를 모두 꺼내고 있다"며 "국내 주식시장이 채권시장과 비교해 저평가된 상황인데 앞으로 점차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당장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선물·옵션 만기일에 프로그램 매물이 나오면서 수급 영향을 받은데다 뚜렷한 주도 업종이 없기 때문"이라며 "2분기 실적 발표가 다가오면서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현재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 모두 순매도를 나타내며 전체적으로는 1천943억원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각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과 개인은 순매수를 보였지만 외국인은 1천89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채권 시장은 단기물과 장기물 금리가 엇갈리며 중립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단기물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 1.773%에서 1.76%대로 소폭 내렸다.
반면에 장기물인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 연 2.465%로 마감했으나 이날 2.50%대에 거래되고 있다.
김상훈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로 단기물은 강세이지만, 장기물은이번 인하가 마지막일 수 있다는 인식에 차익실현이 이뤄지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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