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엘리엇 공방, SK-소버린 사태 판박이

입력 2015-06-11 11:50
소버린은 주총서 이사해임 건의…엘리엇도 지분 늘릴 가능성



소송전 등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는 삼성과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간 공방 양상이 과거 SK-소버린 사태의 전철을 밟고 있다. 판박이처럼 닮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삼성그룹 간에 전개되는 핑퐁게임은 예견된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격의 포문은 지난 4일 삼성물산[000830]에 대한 대량 지분 보유 신고와 함께주목을 받기 시작한 엘리엇이 9일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본격적으로 열었다.



이에 삼성물산은 우군인 KCC[002380]에 보유 자사주 전량을 넘기기로 합의하면서 지분 경쟁에서 역공을 가했다.



결국, 엘리엇은 11일 삼성물산[000830]의 자사주 처분을 불법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삼성물산과 이사진 및 KCC를 상대로 또 다른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로 했다.



이런 과정은 지난 2003년 SK-소비린 사태 때와 거의 비슷하다.



당시 소버린자산운용은 2003년 3월 26일 SK 지분 매입에 나서 4월 16일 14.99%의 지분을 확보하고선 경영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해 12월 SK 이사회가 우호지분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보유 자사주의 의결권을부활하려고 해당 주식을 하나은행에 넘기기로 하자 소버린은 SK를 상대로 의결권 침해 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냈다.



당시 법원은 소버린이 제기한 의결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고 SK는자사주 매각으로 9.7% 지분의 의결권을 확보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삼성-엘리엇 간 싸움은 SK-소버린 때를 답습하는격"이라며 "삼성의 결정은 총수일가의 지배권 유지와 승계만 우선시하는 후진적인지배구조 문제를 스스로 드러낸 것으로, 앞으로도 소탐대실의 무리수를 되풀이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재벌과 투기자본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라며 "주주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았는지, 삼성물산 이사진에 배임 의혹이 없는지, 엘리엇의 불공정거래나 공시 의무 위반은 없는지 금융당국이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엘리엇 간 공방은 앞으로도 SK-소버린 사태와 상당히 닮은꼴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서로 주고받기 식으로 공방을 전개하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상법상 주주제안권을 갖게 되며 주주총회 소집 요구와 이사 해임 건의 등도 할 수 있다.



실제 지난 2003∼2004년 소버린은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 후보 추천과 정관 개정, 최태원 회장 퇴진 등을 요구했으며 소액주주와 노동조합과 접촉하고 헤르메스 등외국계 주주들의 지지를 구하는 등 우호지분 확보 노력을 벌였다.



따라서 5% 대량 지분 확보 후 추가 지분 매수가 금지된 5일간의 냉각기간이 끝나면 엘리엇이 12일부터 다시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대량 사들일 가능성도 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엘리엇 간 싸움이 임시 주주총회 표 대결로 가면서 중간배당과 합병 비율 조정 안건은 물 건너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합병안이 통과되면 엘리엇의 보유 지분은 합병 비율에 따라 2% 수준으로낮아진다"며 "엘리엇이 단기 투자를 노리고 들어온 것이 아닌 만큼 내일부터 삼성물산을 추가로 대규모 매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핵심은 결국 삼성물산"이라며 "삼성물산 주주를 위한 양측의 유인 정책과 공개매수 가능성 등을 고려해 삼성물산을 의미 있게 바라볼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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