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계열사 합병 '열쇠' 쥔 국민연금…손익 저울질

입력 2015-06-10 15:52
삼성계열 합병과 상장 때마다 '가격 논란' 일기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합병 등 삼성의 중요 이벤트가 벌어질 때마다 '키플레이어'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 계열 상장사들의 지분을 대량 보유한 국민연금은 그간 삼성 계열사의 합병사안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옛 제일모직과 삼성SDI 간 합병 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아 결과적으로평가손실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 합병에는 반대표를 행사해 취소 결정을 끌어내기도 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옛 제일모직은 2013년 패션사업부를 떼어내 삼성SDI에 흡수 합병됐다.



국민연금은 옛 제일모직이 패션사업부를 떼어낼 때 지분 11.16%(585만여주)를보유한 제일모직의 단일 최대주주였다.



당시 제일모직은 합병 반대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당 8만9천298원에 주식을 사주겠다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신청을 받았다.



일부 주주와는 반대로 국민연금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당시 시장 주가가 매수청구권 행사 가격보다 높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당시에 "의결권을 행사할 당시 옛 제일모직의 주가가 9만원대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보다 높아 청구권 행사에 나서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에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했다면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제일모직이 패션사업부를 떼어내고서 주가가 하락하는 바람에 삼성SDI와 제일모직 간 합병 비율이 1대 0.4425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제일모직 주당 가격이 6만7천162원으로, 삼성SDI 15만원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에서 합병이 결정된 것이다.



당시 일부 주주들이 "제일모직이 패션사업부를 떼어내자 주가가 하락해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자 삼성은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 가격과 시장 가격을따져 결정한 만큼 문제가 없다며 일축했다.



옛 삼성에버랜드가 사명을 바꿔 상장한 지금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에서도 국민연금은 가격 문제에 봉착했다.



엘리엇 사태로 출렁거리는 삼성물산 주가는 현재 7만원대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 5만7천234원을 웃돌지만 합병 비율, 즉 가격의 불공정성이 문제로 지목된 상황이다.



일부 주주들은 "삼성물산의 주가가 극도로 저평가된 상태에서 합병 결정이 내려져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이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유경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사(APG) 아시아지배구조 담당이사는 "국내외 주주 등 다수의 시장 관계자들이 (합병 가격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공감하는 만큼 원점에서 다시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의 현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보다 높다는 이유로 합병에 찬성하더라도 나중에 주가가 내려가면 손실을 보게된다"며 "국민연금은 주주를 넘어 국민의 이익을 훼손하는지를 고려해 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건에 대해 필요하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열어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지침은 '주주 가치의 훼손을 가져오는 합병에 반대하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현 주가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 중 높은 쪽을 선택하는 의미가 아닌 만큼 국민연금은 합병비율등을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지분 9.79%를 보유한 1대 주주이며 최대주주이자 2대 주주인 삼성SDI가 7.39%를 보유하고 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해 3대 주주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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