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을 받은 사무엘 베켓은 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를 통해 인간의 삶을 덧없는 기다림의 연속이라 정의한 바있다. 고도가 누구인지, 또 언제쯤 어디로 온다는 것인지 그 누구도 정확히 알진 못하지만,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는 사람들을 잔인하리만큼 담담하게 그려냈다.
연초 이후 한국 수출은 역성장 부진세를 반복했고, 20일까지의 5월 수출 실적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의 저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석가탄신일 연휴 등추가적인 조업일 감소 효과까지 고려하면 자칫 4월의 -8.2%를 넘어서는 두 자릿수침체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출 둔화는 이내 기업실적 부진과 증시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6월 시장에 대해 마냥 낙관론만을 주장하긴 어려워졌다.
현재 시장이 기다리는 고도는 분명해 보인다. 바로 정책 모멘텀의 구체화가 이에 해당할 것인데, 추경을 포괄한 더욱 적극적인 재정정책 시행과 함께 금리 인하가중심에 서는 구체적인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글로벌 경기 회복을 더는 상수로전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내부 정책변화를 통한 증시 모멘텀 재구축이 시장의 유일한 돌파구가 될 공산이 크다.
최경환 경제 부총리는 최근 경제지와의 대담을 통해 경기 회복 흐름의 공고화와구조개혁을 통한 잠재성장 능력 제고를 위한 하반기 정책 역량 총집결을 선언했다.
담화 내용과 이를 전후한 정부 측 시각을 종합해서 판단해보면, 10조원을 웃도는 수준의 추경 편성과 한은과의 정책 공조를 통한 추가 금리 인하 실시, 국외투자 활성화 등 원화 강세 억제 조치 등이 정책의 주요 뼈대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6월 증시는 월말로 예상되는 정부 측 하반기 종합 경제대책 발표와 함께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기다리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 주가순자산비율(P/B) 1배에 대한 신뢰는 KOSPI 2,050선의 하방 지지에 대한 기대로 연결되겠지만, 대내외 매크로 지표의 부침과 함께 시장은 등락 흐름을 반복할 공산이 크다.
현 지수 레벨에서는 단기적 흥분을 경계하고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중장기 시장 상승을 위한 가속 기어가 채 들어가기도 전에, 미리 급가속 페달을 무리해서 밟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6월 투자 전략의 초점은 세 가지다. 첫째, 인덱스 베타 플레이 보다는 구조적성장성에 기반을 둔 업종 및 종목별 알파 플레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중국인 관광, 1인 가구 확산, 독점적 사업 모델 수혜주). 둘째, 정책 변화에 따른 내수건설, 금융, 유통의 차별화 가능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셋째, 시장의 시선이 6월부터 의료, 정보기술(IT), 음식료 등 2분기 실적 호전 주에 맞춰질 수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작성자: 김용구 삼성증권 주식전략팀 책임연구위원 ygno.1.kim@samsung.com) ※ 위의 글은 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연구원)의 개인 의견이며,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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