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합병' 삼성물산에 '싸늘'…1천600억 이탈

입력 2015-05-28 18:39
연기금은 삼성물산·제일모직 '사자'…국·내외 시각 엇갈려



외국인 투자자들이 제일모직[028260]과 합병하는 삼성물산[000830] 주식을 대량 처분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계획이 발표된 26일부터이날까지 사흘간 외국인은 삼성물산 주식 1천65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27일에는 1천467억원어치를 매도했다.



이는 거래소가 통계를 유지하는 1999년 이후 삼성물산의 일일 순매도액으로는사상 최대 규모다.



이날도 매도세가 이어져 외국인은 246억원어치를 팔았다.



이에 따라 합병 발표일 34.01%까지 올라갔던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율은 32%대로 떨어졌다. 외국인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연초 27.70%에서 꾸준히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국내에서 호재로 인식된 합병 계획 발표 후 외국인들이 거꾸로 대량 매도에 나선 것은 이번 합병 계획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1대 0.35로 발표돼 주가가 낮게 형성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점이 외국인의 삼성물산 '팔자' 움직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외신과 외국 기관 투자가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가 주목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이번 합병 계획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시선이 싸늘하다면서 합병 계획이 기업 지배 구조에 대한 우려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은 합병 수혜를 크게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제일모직에도 그다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26∼28일 외국인은 제일모직 주식을 109억원어치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같은 시기 연기금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식을 620억원어치, 596억원어치 순매수해 대조를 이뤘다. 기관 전체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식을 634억원, 1천446억어치 사들였다.



외국인이 삼성물산에 대한 대량 매도를 통해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만큼 이들이 이후 주주총회에서 어떤 행동에 나설 것인지도 관심이다.



제일모직과 달리 삼성물산은 자사주를 포함한 삼성그룹의 계열사 지분이 19%대에 그친다. 내달 17일 임시 주총에서 합병 계획이 승인되려면 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삼성물산 지분 9.79%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재무적 투자자라는 점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 합병을 무산시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편이지만 30% 이상지분을 가진 외국인의 행보는 양사의 합병 추진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배 구조 재편과 관련해 국내 투자자는 긍정적으로 지켜보자는 태도지만 외국인은 지배 구조 변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우리와는다르게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cha@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