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은 사람은 따라갈 수 없어요. 하하하…." 김원규(55)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의 웃음소리가 요즘 부쩍 커졌다.
김 사장은 21일 "합병 후 걱정도 많았다. 그런데 작년 말 합병 후 올해 들어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이어가 실적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며 "합병 법인의 초대 사장인 나로선 운이 좋다고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1천100억원 안팎의 경상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 사장은 "대형 증권사들이 분기에 1천억원 내외의 이익을 낸 것은 6년여만이다. 불황을 견뎌온 덕이다. 사실 올해 1분기엔 (증시 강세)가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이달 들어 더 오르고 거래가 큰 폭으로 증가해 2분기 실적이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의 주가도 상승세다. 20일 종가는 1만6천350원으로, 작년 말 합병 전우리투자증권 주가보다 59.5%나 올랐다.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친 시가총액은 4조7천718억원으로 늘었다.
김 사장은 "연초에 코스피가 올해 2,180을 고점으로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거의 들어맞았다. 실제 이렇게 빠른 속도로 오를 줄몰랐다. 코스피는 2,180 수준까지 오르고 하반기엔 고점 부근에서 떨어지지 않고 횡보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마냥 좋지만은 않다고 했다. 합병 첫해 출발은 순조롭지만, 앞으로도 자산 규모 업계 1위의 위상이 유지될지는 '자신 반 걱정 반'이라고 한다.
그는 "출발이 좋다고 끝까지 좋다는 보장이 없다. 내실을 갖춰서 지금처럼 위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올해 역점을 두는 것은 법인 고객사업부인 IC(Institutional Client) 사업부의 안착과 연내 헤지펀드 운용업 진출이다.
기관 고객 대상의 IC 사업부 신설은 NH투자증권의 중장기 4대 전략 중 하나인압도적인 도매(홀세일) 경쟁력 구축을 위한 추진 과제다.
김 사장은 "IC 사업부는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선 첫 시도이지만,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일반화된 구조로 성공적으로 안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기관 고객 담당 부서가 금융상품 판매와 주식관련 상품 매매, 채권·통화관련 상품 매매 등으로 흩어져 있어 고객 불편이 컸다. IC사업부는 여러 고객 담당 부서들을 하나로 합쳐놓은 것이다. 앞으로는 한명의 기관 담당 직원이 한개 기관의 모든 투자를 책임지는 '슈퍼 직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상반기 내에 헤지펀드 운용 예비 인가를 신청해 3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우선 회사 내 사업부로 겸영하고서 분사해 회사를 신설할계획"이라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은 옛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해 자산규모 42조6천21억원수준의 초대형 증권사로 작년 말 공식 출범했다. 김 사장은 대구상고와 경북대 경영학과를 나와 1985년 옛 LG투자증권에 입사해 사원 출신 첫 대표이사에 올랐으며 합병 증권사의 초대 사장이 됐다.
indigo@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