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사흘간 중국 개혁개방의 시발점이자 제1호 경제특구인 선전(深천<土+川>)을 방문했다. 이는 선전거래소 방문과 주요 혁신 기업 탐방을 통해 중국 경제 프런티어인 선전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선강퉁(深港通·선전-홍콩증시 교차거래) 시대 개막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중국 핀테크의 기린아로 급부상 중인 심천금증테크놀로지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중흥통신, 그리고 중국 1위 증권사인 중신증권 지사를 방문했다. 사업 영업은 달라도 중국 경제가 지닌 무한 성장 기회와 회사의 중장기 성장 비전에 대한 자신감은 세 곳 모두 같았다. 정부 정책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가 인상적이었다. 회사경영 전략과 기술개발 투자 등 모든 영역에서 당국의 생각을 고스란히 담아내려고애쓰는 모습이었다. 왜 그럴까? 이는 정부 정책이 해외 기업에는 시장 진출을 차단하는 방어벽이지만 중국기업에겐 울타리 안에서 독과점적 이익을 누리게 해주는 중장기 성장 원천으로 작용해왔기 때문이다. 볼품없던 기업이라도 정부 정책의 비호 아래 자국 내 강자를 넘어 수출 기업으로 발돋움한 성공 방정식이 여전히 있다고 믿고 있어서다.
과거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馬雲·잭 마) 회장은 "이베이는 바다의 상어고, 알리바바는 창장(長江·양쯔강)의 악어다. 바다에서 싸운다면 상어가 이기겠지만, 강에서 붙는다면 악어가 이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비호와 중국 경제의성장세가 가세한 현 상황을 보면 마윈의 주장은 엄살에 가깝다.
양쯔강 악어는 이제 싸움터가 바다라 할지라도 상어를 한입에 덥석 물어 삼키는슈퍼 악어로 변모했다. 어딘가 모르게 불공평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엄중한 현실이돼버린 것이다.
만약, 이것이 그들이 좇는 중국몽(中國夢)이라면 한국몽(韓國夢)의 설 자리는너무나도 비좁다. 중국 경제의 폐쇄성과 산업간 영역 파괴, 기술 추세 변화 등을 고려해보면 한국경제(기업)가 앞서 나아가는 것은 고사하고 중국과 나란히 설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중장기 투자전략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중국의 그늘이 깊게 드리워진 업종보다중국인들의 기호 변화와 사회·문화 추세 변화에 적극적으로 맞는 업종이 시장의 궁극적인 해답이 아닐까 한다.
소재·산업재는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등 중국의 중장기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막연한 기대감이커지고 있으나, 궁극적인 수혜 가능성은 미미하다. 국제 철강과 화학제품 가격 안정화에 따른 간접 수혜와 저부가 프로젝트 수주 등이 현실적인 기대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수출 업종과 중국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관광·소비관련주, 정책 환경과 영역의 굴레에서 자유로운 엔터테인먼트, 미디어·콘텐츠 대표주가 중국몽의 맹위를 피해가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작성자: 김용구 삼성증권[016360] 주식전략팀 책임연구위원 ygno.1.kim@samsung.com) ※ 위의 글은 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연구원)의 개인 의견이며,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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