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던 코스피는 2,050을 앞두고 최근며칠간 숨고르기 국면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2012년 이후 장기 박스권 상단에 직면한 가운데 수급 면에서 주식형 펀드의 환매로 인한 기관의 매도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이 3월 들어 2조8천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2조5천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지수의 추가 상승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적 대비 주가 수준(밸류에이션) 관점에서 보면 아직 실적 추정치가 본격적으로 상승 반전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장기 박스권의 상단인 현 지수대에서는 가격부담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코스피가 1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한 가운데 코스피 2,040의 12개월 예상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10.4배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숨고르기 국면은 일정 부분 예상 가능했던 측면이 있다.
수급과 밸류에이션 면에서 일정 부분 부담이 있는데도 지수가 하방경직성을 보이는 이유는 바로 세계 유동성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 등에 힘입어 풍부해진 유동성을 바탕으로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이달 들어 단 2거래일만 제외하고 모두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다.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세계 유동성은 당분간 코스피의 지지력을 강화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수급·밸류에이션 부담에도 세계 유동성 유입으로 지수가 2,040선 부근에서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지수가 의미 있게 장기 박스권 상단을 돌파하려면 유동성뿐 아니라 실적 동력도 수반되어야 한다. 저유가, 저금리, 원·달러 환율 상승 등기업 실적이 개선될 수 있는 거시경제 환경이 조성된 가운데 1분기 실적 추정치의하향 조정 과정이 마무리되고 1분기 실적 발표 결과가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아직 실적 추정치의 의미 있는 회복을 낙관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으로보인다. 코스피가 수년간 박스권에 갇혀 있으면서 박스권 트레이딩이 일종의 기본전략으로 굳어진 만큼 코스피의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더 확실한 실적 개선 동력이필요하다고 판단한다. 게다가 다음 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발표되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 미국 고용지수가 시장의 예상치를 대폭 상회할 경우 미국 기준금리 조기 인상에 따른 잡음이 발생하면서 국내 시장도 일시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될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따라서 당분간은 지수의 탄력적인 상승을 염두에 두기보다는저점 매수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작성자: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전략팀장 sypark@truefriend.com) ※ 위의 글은 해당 증권사 연구원의 개인 의견이며,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는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