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금투협회장에 황영기…'힘있는 수장' 기대감>

입력 2015-01-20 17:24
20일 황영기(63) 전 KB금융지주 회장이차기 한국금융투자협회 협회장으로 선출된 것은 '강한 수장'을 바라는 금투업계의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생존 위기에 몰린 금투업계가 '전문성' 대신 관(官)을 상대로도 적극적으로 업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많다.



일단 황 신임 회장은 인지도와 경륜 면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다.



그는 사회생활의 전반부를 삼성그룹 여러 계열사에서 보낸 '삼성맨' 출신이다.



서울고와 서울대 무역학과, 런던정경대를 졸업한 그는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국제금융팀장, 삼성전자 자금팀장 상무,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 전무를 지냈다.



첫 대표이사직도 삼성투자신탁운용에서 맡았으며 2000년대 초반에는 삼성증권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이후 은행권으로 건너가 2004∼2007년 우리금융지주 회장 및 우리은행장을 지냈으며 2008∼2009년에는 KB금융지주 초대 회장을 맡았다.



2010∼2012년에는 차병원그룹 총괄부회장으로 재직했고 2012년부터는 법무법인세종의 고문으로 있다.



최근에는 금투협 공익이사를 맡았다가 협회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하면서 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같은 관록과 넓은 인맥, 추진력이 회원사 과반이 넘는 지지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선거 직후 기자실을 찾은 황 신임 협회장도 "선거기간 164개 회원사를 일일이 만나 너무나도 어려운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대외 협상력이 좋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의 위기를 증시에 한정 짓지 말고 금융권 전반의 문제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황 전 회장이 이 같은 요구를 적절하게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회원사들이 다소 의외의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금투협 초대 회장인 황건호 전 회장과 2대 박종수 현 회장은 모두 정통 '증권맨' 출신이며 대우증권에서 오래 재직하며 사장 또는 부사장을 지낸 '대우맨'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업계에서는 김기범 전 대우증권 사장의 선출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전 협회장들도 모두 전문성 있는 내부 인사였지만그간 업계를 위해 한 일이 뭐가 있느냐는 말이 많았다"며 "이 같은 불만이 황영기후보에 대한 표심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동안 대형 증권사 CEO 출신 협회장이 내리 협회장을 맡으면서 대형 증권사에더 많은 이익이 돌아갔다는 인식이 이번 선거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예로 작년 4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가 조정됐을 당시 대형사에는 호재로 평가됐지만, 소형사에는 도리어 생존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 완화는 업계의 오랜 숙제였음에도, 대형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바뀌었다는 불만이 중소형사 사이에 컸다"며 "협회가 중소형사에 해준 게 무엇인지 의문을 갖는 회원사가 꽤 있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sj9974@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