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현대차 사외이사 반대표 '제로'

입력 2015-01-07 04:01
"이사회 운영 부실화…주주가치 훼손 우려"



최근 '오너 리스크'로 도마 위에 오른대한항공[003490]과 현대차[005380] 이사회에서 최근 5년간 사외이사들이 한 번도반대 의견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경제의 큰 위험요소로 부각된 '오너 리스크'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것은 국내 기업들의 이사회가 무력하고 무책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 사외이사들은 지난 2010년 이후 작년까지 5년간 이사회 의결에서 반대 의견을 한차례도 내지 않았다.



5년간 37차례 열린 이사회에서 152개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 사외의사의 반대의견은 한 건도 없었다.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은 사외이사의 독립성 훼손 등 오너 중심 지배구조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한 사외이사는 연임 기간이 14년 6개월에 이르고 또 다른 사외이사는 대한항공과 거래가 있는 법률사무소 출신이다. 또 다른 사외이사는 대한항공 계열 대학의 교수로 있는 등 사외이사 다수가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앞서 작년 9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부지를 고액에 낙찰받았다가 역풍을 맞은 현대차 이사회에서도 사외이사들은 수년간 찬성 일색이었다.



현대차 이사회는 최근 5년간 43차례 회의에서 139개 안건을 모두 가결시켰다.



현대차는 한전부지를 감정가의 3배가량인 10조5천500억원에 낙찰받았다. 총수의과감한 결정이었지만 이는 주주의 이익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외국인의 현대차 주식 매도 행렬에 주가는 급락했다.



총수가 처벌을 받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SK·CJ, 그룹 해체의 운명을 맞은 동양·STX·웅진홀딩스 등의 이사회에서도 사외이사들의 반대표를 찾기 어렵다.



다른 대다수 국내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와 CLSA증권이 발표한 작년 아시아 주요국 기업지배구조 건전성 순위에서 한국은 평가 대상 11개국 중 8위였다.



홍콩, 싱가포르, 일본은 물론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에도 못 미쳤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건전한 지배구조를 갖춰야 '오너 리스크'에서 벗어나 회사가치와 평판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오너 리스크와 불건전한 지배구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일으키는 핵심 요인의 하나"라며 "위기 대응과 경영 승계 등이 회사와 주주 입장에서 적절하게 진행되도록 이사회의 투명성과 책임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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