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미국 달러가 미국의 주요 교역국통화에 대해 모두 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달러 강세는 지난 1997년 이후 처음 있는 일로, 국제유가 하락과 맞물려 내년 신흥국 경제의 리스크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정보회사 CEIC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미국 주요 교역국 22개국 통화의 달러 대비 통화가치 변동률을 살펴본 결과,홍콩 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통화가치가 달러 대비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꿔 말해 미국 달러가 21개국의 모든 통화에 대해 강세를 나타낸 셈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달러가 주요 교역국 통화에 대해 일제히 강세를 보인경우는 지난 199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당시 미국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인 통화는 중국의 위안화(+0.23%)가 유일했다.
올해 하반기 달러 대비 통화가치 하락폭이 가장 큰 나라는 브라질(-17.0%)로 나타났다.
노르웨이(-16.7%), 일본(-15.3%), 호주(-13.8%), 스웨덴(-13.5%), 멕시코(-11.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 원화의 달러 대비 변동률은 -8.0%로 나타났는데, 다른 아시아 신흥국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큰 편이다. 말레이시아(-7.6%), 싱가포르(-5.3%), 대만(-5.2%) 등은 한국보다 하락폭이 작았다.
달러 강세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현상이다.
문제는 달러 강세가 국제유가 급락과 맞물렸다는 데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유가 하락을 동반한 달러 강세 현상이 지난 1997년 때와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이철희 유안타증권[003470] 연구원은 "지난 1997∼1998년에도 아시아 외환위기와 러시아 디폴트 등으로 글로벌 수요 충격이 발생해 국제유가가 2년에 걸쳐 60%나하락했고, 미국의 성장 독주와 일본 은행위기로 달러인덱스는 18%나 상승했었다"고말했다.
최근의 강달러·저유가 현상을 지난 1997년과 같은 위기의 전조로 보는 시각도일부 존재한다.
두 현상이 맞물리며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달러 자금의 이탈을 초래한다면 현재 러시아,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 산유국에만 국한된 위기감이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저유가가 소비를 촉진하는 재료가 된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시각도 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그러나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럽과일본은 저유가로 디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는 반면, 소비 증대라는 긍정적 효과는미미할 수 있다"며 저유가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또한 이들 국가의 중앙은행이 디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적인 양적완화를실시한다면 금융자산 과열과 불안정성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달러 강세 현상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양호한 경제회복에 근거해 내년 중 기준금리를 올리면, 아직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본·유럽과 미국 간의 격차가 커지며 달러 강세가 계속될 수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내년 6월로 점쳐진다.
이철희 연구원은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향후 2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4월 FOMC 정례회의 때는기자회견과 연준 위원들의 경제전망이 없기 때문에 내년 6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ykb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