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계기..."주주환원보다 지배구조 개편용"
삼성전자[005930]가 전격적으로 자사주 대량 매입을 발표하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긴급수술을 받았을 때 등장했던 시나리오들이 이번에 재부각된 것이다.
세간에 떠돌던 다양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가운데 삼성전자의 분할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 위한 선택 삼성전자가 자사주 대량 매입을 결정한 것이 향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의 인적분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필수요소인 그룹의 삼성전자 지분율 제고에효율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이민희 IM투자증권 연구원은 28일 "소각목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하지 않은 것은주주환원 정책이라기보다는 자사주를 활용한 경영권 강화에 더 목적이 있는 것으로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결정은 이제 지분 늘리기를 시작해도 될 만큼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에 도달했다는 시그널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그룹의 지분율은 현재 17.63%(자사주 제외)다. 이처럼 낮은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선 계열사 또는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매입이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현재 180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 지분만 추가확보하는데도 무려 1조8천억원이란 거액이 소요된다.
정대로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 7월부터 신규 순환출자 금지가 시행돼 일부계열사의 경우 예산 확보가 가능하더라도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지 않은 채 삼성전자지분을 취득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삼성그룹이 현 제도 하에서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선 삼성전자가 직접 매입주체로 나서는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선택했다는분석이다.
◇삼성전자 인적분할 가능성 삼성전자가 이번에 취득하는 자사주 규모는 전체 지분의 1.12%.
취득이 끝나면 삼성그룹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29.85%(계열사 및 특수관계인 17.
63%+삼성전자 자사주 12.21%)에 이른다.
삼성전자가 확보한 자사주는 당장은 의결권에 제한을 받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두개로 인적분할을 하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 전에 자사주를 갖고 있는 경우, 분할과정에서 자사주를 지주회사에 귀속시키면 의결권이 부활된다"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 지주회사의 사업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자사주(12.21%)만큼 확보되는 만큼 7.79%만 더 매입하면 공정거래법상 요건인 20% 이상을 충족시킬 수 있다.
증권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인적분할 과정에서 삼성SDS와의 합병, 그리고 제일모직 상장을 통한 후속 지배구조 개편론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생명[032830]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과 지주회사 인적분할 및 제일모직과의합병을 통해 삼성그룹 금융지주회사 체제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 전망 엇갈려 한편, 삼성전자 향후 주가 전망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지웅 이트레이드증권[078020] 연구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막대한 승계 관련 세금을 해결하기 위해 배당수입을 확대할 수 있는 지배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실질적 삼성 오너로서의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 주주 간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 이후 삼성전자는 단계적 배당성향 확대와 ROE(자기자본이익률) 개선 측면에서 매우 높은 주가 상승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민희 IM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으로 지분을 더 확대하고 지주사 전환및 합병 등 일련의 수준을 거치려면 그룹 오너 입장에선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오르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사들이 대체로 '매수' 투자의견을 유지하고 150만원대의 목표주가를 제시한데 비해 IM투자증권은 '보류' 의견과 함께 목표주가 128만원을 내놨다.
chu@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