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의 코스피가 또다시 박스권으로주저앉았다.
외국인들의 매수에 힘입어 3년간 갇혀 있던 박스권에서 탈출하려고 시도했지만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한 기업들의 실적 부진 등에 가로막혀 무산됐다.
최근 증시를 둘러싼 여건은 사방을 둘러봐도 악재뿐인 상황이다.
달러 강세는 지속적인 미국 경기의 호전과 양적완화 종료 전망에 따른 것이어서이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순매도 추세가 언제 멈출지 가늠하기 어렵다.
지난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에 장중 1,070원 선을 넘어서는 급등세를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내년 중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전반적인 달러 가치의 상승 기조는 내년까지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게 중론이다.
7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4조1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분기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고 전 분기보다는 약 43%가 급감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여타 상장사들의 3분기 실적도 별다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어 '실적 모멘텀'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달러 강세와 미국 금리 인상 전망 때문에 최근엔 그동안 신흥국으로 유입됐던글로벌 주식투자자금의 이탈 조짐마저 나타났다.
게다가 미국의 시리아 공습, 홍콩 시위 확산, 서방의 러시아 제재 등 지정학적리스크도 끊이지 않고 금융시장에 타격을 주는 상황이다.
이아람 NH농협증권[016420] 연구원은 "주식시장 상승모멘텀이 실종된 가운데 외국인 순매도가 지속되며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기업들의 이익전망치가하향 조정되면서 눈높이가 낮아지긴 했지만 실적 시즌에 접어들면서 추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을 짓누르는 악재가 단기에 끝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은 박스권 장세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달러화의 급격한 절상 속도가 다소 진정되고 3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부터 다시 반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엔·달러 환율이 단기에 약 10% 상승했는데 이 정도면 올만큼 온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코스피도 당분간 박스권에서 머물다가 4분기 실적 호전 기대가 나오는 이달 중순이나 이달 말께부터 반등시도가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일련의 우려들이 크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므로 점차 상황이 호전될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 이탈이나 국내기업실적 부진 등의 우려는 아직 '소음'에 불과하며 적극적으로 위험을 관리해야 할 뚜렷한 '신호'는 아직 없다고 본다"면서 "4분기 초는 조정이 불가피하겠지만 후반으로갈수록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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