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한국전력 부지 낙찰 소식이 전해진 이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가치가 4천억원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현대차그룹이 한전 부지에 10조원이 넘는 거액을 베팅한 것으로 확인되자 그룹내 자동차 3개사의 주가가 급락한 결과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8일 종가 기준으로 정 회장이 보유한 상장사 지분가치는 6조5천880억원에 달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한전 부지 낙찰이 결정되기 전인 17일 지분가치(6조9천634억원)보다 3천754억원 급감한 수치다.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차의 지분가치가 2조4천843억원에서 2조2천564억원으로 2천279억원 줄었고 현대모비스 지분가치도 1천491억원 감소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각각 5.17%, 6.96% 보유하고 있다.
기아차는 정 회장이 직접 보유한 주식은 없지만, 그가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차가 기아차의 주식을 33.88% 보유했다.
정 회장의 지분율이 11.84%인 현대제철의 가치액도 하루 새 304억원 줄었다.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경우 기아차 주가 하락에 따른 지분가치 감소 폭이 컸다.
정 부회장의 기아차 지분율은 1.74%인데 지분 가치가 4천166억원에서 3천841억원으로 325억원 감소했다.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율은 미미한 수준이어서 현대차에 해당하는 지분 감소 폭은 1억3천만원에 그쳤다.
다만, 정 부회장이 가진 상장사 전체 지분가치는 현대글로비스 주가 상승의 영향으로 4조702억원에서 4조1천332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번에 한전 부지를 낙찰받은 현대차그룹컨소시엄(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에 참여하지 않았다.
정 회장의 딸인 정성이·명이 씨의 현대차 지분가치는 7억5천만원에서 6억8천만원으로 7천만원 줄었다. 이들은 현대차 보통주와 우선주를 소량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 일가의 지분 가치액이 이처럼 줄어든 것은 현대차그룹 내 자동차 3개사의 주가가 이틀 동안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18일 삼성전자와의 경쟁 끝에 삼성동 금싸라기땅인 한전 본사 부지를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입찰가로 제시한 금액(10조5천500억원)이 시장예상치인 4조∼5조원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회사 주가가 7∼9% 이상 미끄러졌다.
현대차 주가는 낙찰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내리막을 탄 끝에 18일 9.17% 하락마감하며 2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날 하락률은 2011년 8월 19일 10.97% 이후 3년만에 가장 큰 폭이다.
현대차와 함께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아차[000270]와 현대모비스[012330]의 주가도 같은 날 각각 7.80%, 7.89% 급락했다.
이날 현대차그룹 3개사의 주가 급락으로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8조4천118억원 증발했다. 낙찰가에 가까운 금액이 한나절에 사라진 것이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가는 19일에도 1%대 하락세를 이어갔고, 기아차가 유일하게 반등에 성공했다.
yuni@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