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훈 예탁결제원 사장 "신의 직장은 없다"

입력 2014-08-21 04:00
글로벌 경쟁회사로 변신…6개 신사업 제시



"더는 신의 직장은 없습니다. 엄숙한 기관의 모습에서 벗어나 국제적인 경쟁회사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유재훈(53)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2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방만 경영에서졸업했다고 끝난 게 아니다"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예탁결제원은 1974년에 설립해 올해 마흔 살이 됐다. 1980년대 증권시장 활황기등을 거치면서 20년 동안 대체결제제도를 정착시켰고 1994년 중앙예탁제도(의무예탁) 등 법에 근거를 둔 기관으로 재탄생하고선 20년간 지금의 예탁원 모습으로 안정을찾았다.



유 사장은 "법적으로 예탁결제원을 이용해 증권거래를 하라는 강제주의로 독점체제가 굳어졌다. 덕분에 자본시장 고도화라는 성과를 얻었으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와 경영 비효율이 초래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 20년엔 제3의 길로 가 새로운 예탁결제원이 돼야 한다"며"현재 두 가지 도전에 직면했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첫째 전 세계적으로 예탁결제 업무가 기관주의에서 산업주의로 변하고 있다"면서 "이미 유럽의 예탁기관은 엄숙한 기관에서 법에 따라 역내 회사 간 경쟁을 하는 곳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 기업이 독일 예탁결제원을 이용해 회사채를 발행하고 프랑스 예탁결제원이 제3의 나라의 발행 기업 주문을 따내려고 경쟁한다"면서 "아시아에서도 증권거래 결제 수요가 유럽의 예탁결제 회사에 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번째 도전은 지금까지 기본기를 다졌다면 앞으로는 독점체제를 없애고경쟁에 따른 경영 효율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회사로 변신하려면 지나치게 증권사 수수료에 의존하는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신사업을 발굴해 나가야 한다"며 6개 중점 신사업을 제시했다.



우선 수출과 관련해선 다음 달 인도네시아와 '펀드넷시스템' 수출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성과가 가시화했다.



유 사장은 또 무엇보다 중국관련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기로 했다.



그는 "위안화 증권 발행과 유통 활성화 지원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위안화 양도성예금증서(CD)가 올해 3월 첫선을 보이고서 현재까지 모두 11건, 3천50억원어치 발행됐고, 위안화 표시 채권인 '자장(Zhajiang)본드'(가칭) 발행도 임박했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화 표시 무역거래가 성공하려면 규모보다 자본거래가 중요하다. CD나채권발행 외에도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증권 대차거래도 위안화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탁결제원은 추가로 국내 증권사가 싸게 중국 채권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난 12일 개시한 증권사의 중국 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RQFII) 외화증권 예탁결제서비스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외 수수료가 반값인 해외증권 직구서비스 활성화와 함께 전자 위임장 권유·전자 주주총회 제도, 펀드의 의결권 행사 지원 등의 상장사 지원 방안도 추진한다.



그는 또 "증권산업이 시대 흐름에 따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이어 모바일트레이딩, 소셜트레이딩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예탁원도 개방형 정보제공(OpenAPI) 환경을 구축해 다음 달부터 소셜트레이딩서비스업체(SST)에 증권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26회)에 합격해 1983년 옛 재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992년 증권국 증권발행과 사무관에서 금융위원회증권감독과장과 은행과장 등을 거쳐 2012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을 지내고 지난해 11월 예탁결제원 사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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