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 해소에 주가강세 전망 제기…"더 지켜봐야" 신중론도
대한항공[003490]이 자회사를 통해 에쓰오일 지분 전량을 처분하면서 그동안 투자심리를 짓눌렀던 가장 큰 걸림돌을 치웠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지난해 말 약속한 재무구조 개선안의 나머지는 이행속도가더디고, 에쓰오일(S-Oil[010950]) 지분 매각금액이 장부가액을 밑도는 데 따른 손실발생도 예상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대한항공은 자회사인 한진에너지가 에쓰오일지분 3천198만3천586주(28.41%) 전량을 1조9천830억원에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매수 주체는 에쓰오일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회사 아람코이며 처분 예정일은 다음 달 27일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이 이번 지분 매각으로 느린 속도지만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이행하고 있음을 시장에 보여줬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 에쓰오일 지분 매각 ▲ 노후 항공기 매각 ▲부동산 및 투자자산 매각을 골자로 하는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가운데 핵심은 에쓰오일 지분 매각이었다.
그러나 에쓰오일의 주가가 지난해 말(7만4천원) 이후 전날(5만6천300원)까지 25% 가까이 하락하며 주식가치가 떨어지자 매각 작업이 지연됐고, 이는 지난달 대한항공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졌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한진에너지가 보유한 에쓰오일 지분매각 계획이 불발로 끝나는 게 아닌지 우려가 있었지만, 이번 매각 발표로 이 같은우려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모처럼 그룹 리스크에서 벗어나 주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왔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에쓰오일 지분 매각, 한진해운[117930]의 벌크전용사업부 매각, 3분기 운송업계 성수기 효과 기대감으로 대한항공이 당분간 그룹 재무위기설에서 자유로울 것"으로 내다봤다.
강성진 KB투자증권 연구원도 "대한항공이 올해 안에는 한진해운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며, 에쓰오일 지분 매각으로 유동성 우려도 경감된 만큼 주가가 단기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한항공은 오전 9시 54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3.41% 오른 3만4천850원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에쓰오일(0.71%)과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180640](3.39%)의주가도 전날보다 상승했다.
하지만 이번 에쓰오일 지분 매각이 대한항공이 직면한 재무적 부담을 완전히 덜어준다고는 보기에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준영 연구원은 "(자구계획 중) 노후 항공기 매각은 13대 중 2대만 매각이 완료됐고, 부동산과 투자자산 매각도 아직 진행이 더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한항공의 지속적인 신규 항공기 도입과 높은 차입금 수준은 이 회사의 리스크 요인이므로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에쓰오일 지분의 매각금액 적정성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이번에 에쓰오일 지분은 주당 6만2천원에 아람코에 매각된다. 이를 두고 증시전문가 대부분은 전날 종가(5만6천300원)보다 약 10% 높은 가격에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소폭의 매각 이익을 얻게 됐다고 긍정적으로 봤다.
그러나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대한항공의에쓰오일 지분 장부가액은 2조3천630억원"이라며 "전날 발표된 매각금액(1조9천830억원)과 비교하면 약 3천800억원의 매각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또 기존에 대한항공이 에쓰오일 지분을 담보로 제공받은 차입금(1분기 말기준 1조478억원)이 존재하므로, 지분 매각을 통해 실제 유입되는 현금은 9천억원대에 그친다고 밝혔다.
ykb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