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0년 내다보고 투자할 기업 한국항공우주산업"

입력 2014-06-23 12:01
경남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항공기동 바닥은 티끌 하나 없을 만큼 깨끗하다. 기체를 만드는 작업장인 만큼 청결이필수기 때문이다.



축구장 면적의 세 배에 달하는 공장 안에 아직 도색작업을 거치지 않은 수리온헬기와 FA-50 경공격기 수십 대가 연두색 '민얼굴'로 가지런히 배열돼 있다. 이 사이를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부품을 접합하고, 재료를 실은 대형 화물 카트가 공장 이곳저곳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하지만 눈으로 보이는 분주함과는 다르게 현장 분위기는 조용했다. 기체 한 대가 항공기동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차례대로 나열된 작업대를 모두 거쳐 완성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9개월. 여기에 부품 제작과 각종 테스트 등 앞뒤 공정까지헤아리면 항공기 한 대가 하늘을 날기 위해 땅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은 무려 24개월.



◇ 최근 주가 급락에도 담담한 표정 조선이나 자동차와 달리 항공기 제조업은 모델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 10년정도가 걸린다. 이 때문에 개발 단계 이후 항공기가 본격적으로 양산되는 10년 이후의 성장성을 봐야 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최근 방위사업청의 한국형 전투기(KF-X)개발사업 지연 소식에 주가가 급락한 것에 대해 담담한 표정을 보였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측은 애초 KF-X 체계개발 계약이 오는 11월로 예정돼 있었지만, 방사청이 KF-X 개발비용 및 타당성에 대한 재검증에 들어가면서 계약 시점이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인정했다.



이 경우 연초 이 회사가 제시한 수주(7조7천억원) 목표 달성은 어려워진다. 이런 우려에 한국항공우주[047810]의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11% 떨어졌다.



이동신 한국항공우주산업 경영관리본부장은 "항공산업은 단기에 성과가 나지 않는 장기 산업이며 실적과 사업구조가 10년 단위로 세팅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KF-X와 관련해 여러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계약 시점이) 한두 달미뤄지는 것으로 우리 회사의 기초여건이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10년을 보고 투자해달라"라고 강조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오는 2020년 연매출 10조원에 세계 항공업계 순위 15위 도약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핵심은 수익성이 높은 민수사업 위주로 사업 영역을 다양하게 넓혀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항공우주는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33%를 차지하던 민수 부문의매출 비중을 2020년까지 64%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본부장은 "완제기 사업으로는 25인승 비즈니스 제트여객기와, 보잉·에어버스와 경쟁 영역이 겹치지 않는 90석급 중형 민항기 프로젝트에 앞으로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송골매 이후 15년 만에 새로운 차기 무인기 개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 2015년, 대형 방산주 '시총 10조' 시대 증시 전문가들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을 포함한 방위산업이 조선이나 자동차 업종처럼 성장성이 성숙기에 접어든 기존 제조업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항공산업은 기술 수준과 생산 규모 측면에서 초보적 단계이므로 성장할 수 여력이 더욱 크다"면서 "특히 항공기 신규 개발과양산 사업은 국내 항공산업을 견인할 동력이 될 것"으로 봤다.



최근 상장 주관사를 선정 중인 LIG넥스원이 계획대로 내년 초에 상장하면, 방산업으로 묶일 만한 대형주의 시가총액은 약 10조원에 이른다.



한국항공우주(시총 2조9천억원), 삼성테크윈[012450](2조8천억원), 현대로템[064350](2조3천억원) 등 기존 대형 방산주의 시가총액이 이미 9조원가량이다. 금융투자업계는 LIG넥스원의 시총이 1조원은 무난히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ykb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