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준율 인하 확대·원자재 담보 불법대출 수사
중국 정부가 통화 완화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과 불법 대출 단속 등 개혁을 동시에 병행하는 양면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성장과 개혁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시도이나, 중국 정부가 이를통해 전면적 부양책을 동원하지 않고 경기 하락을 막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Ɖ농'(농민·농촌·농업) 및 소기업에 주로 대출하는 상업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인하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의 농촌 군소은행 지준율 인하에 이은 이번 조치는 특정 부문에 대한맞춤식 '미니 부양책'의 일환이다.
특히 대상 범위가 기존 농촌에서 도시 지역까지 확대돼 부양 효과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에 해당하는 대상은 농촌 상업은행 대다수와 도시 상업은행의 약 3분의 2라고 인민은행은 설명했다.
지준율은 은행이 고객의 예금인출 요구에 대비해 일정 부분을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비율이다.
이를 낮추면 은행의 대출 여력이 커져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
샹쑹쭤(向松祚) 중국 농업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에"이번 지준율 인하로 3천500억 위안(약 57조원)의 대출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인민은행의 이번 조치는 이번 주에 발표될 산업생산·설비투자 등 경제 지표들이 둔화를 보일 것에 대비한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고 FT는 전했다.
한편 이런 와중에도 중국 정부는 철·구리 등 원자재를 담보로 한 불법 대출에단속의 칼을 겨누는 등 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당국은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항에 보관된 알루미늄·구리 등 원자재와 관련된 사기 대출 혐의의 조사에 착수했다고 칭다오항 운영업체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밝혔다.
당국은 일부 원자재 매매상 등이 같은 원자재를 담보로 여러 은행에서 규정을위반해 중복 대출을 받았는지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외국 은행들도 중복 대출 여부 등에 대해 자체 조사를 벌이는 한편대출 등 관련 금융거래를 유보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 원자재 매매상들은 그간 원자재를 담보로 국내외 은행 등에서 대출받은 자금을 국내 금융시장에 공급해왔다.
일부는 이런 방식으로 국외에서 저금리 달러 자금을 조달해서 국내에 고금리로투자하는 식으로 차익을 얻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원자재 담보 대출을 통해 중국에 유입된 자금 규모가 2010년 이후810억∼1천600억 달러(약 82조∼163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경기 부양을 위해 이를 묵인해왔으나 최근 중복 대출이 늘어 금융시스템에 위험이 된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번 수사로 원자재 담보 대출이 위축되면 중국 국내의 유동성 긴축이 한층 심각해질 수 있다.
원자재 수입 수요가 줄고 원자재 매매상들이 대출을 갚으려고 원자재를 내다 팔면 세계 원자재 시장도 흔들리게 된다.
실제로 중국의 5월 철광석 수입은 전월보다 7%, 구리 수입은 16% 각각 감소했다.
또한 지난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는 중국 당국의 원자재 담보대출 수사 정보가 퍼지면서 구리 가격이 2.3% 하락했다고 WSJ는 전했다.
다만 전면적 부양 노선을 배제하고 미니 부양책과 개혁을 동시에 진행하는 이런접근법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하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지준율 인하의 시기는 예상보다 이르지만인하 강도는 기대에 못 미쳤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치로 시장에 신규 공급되는 유동성은 600억∼700억 위안(약 9조8천억∼11조4천억원) 수준에 그쳐 모든 은행의 지준율을 0.5%포인트 낮추는 전면적 지준율인하 시의 7분의 1 미만으로 추산된다고 정 연구원은 설명했다.
따라서 "신탁상품 만기 도래가 1차적으로 집중되는 이달 중순을 기점으로 위기론이 다시 퍼지면서 통화정책 완화 필요성이 대두할 것"이라고 정 연구원은 전망했다.
반면 이승훈·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지준율 인하 확대 조치는 시장의예상보다 강한 경기 부양책"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중국 경제의 하방 위험이 여전히 있으나 이번 조치로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더욱 커져서 중국 금융시장과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jh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