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통상 외국인 매도의 요인으로 꼽히는 원화 강세가 지속하고 있으나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가 이어져 전문가들 사이에서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3∼22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8거래일연속 '사자' 행진을 이어가며 모두 2조3천389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은 1조4천420억원, 기관은 8천468억원 순매도한 것과 대조된다.
이 기간 원화 환율은 달러당 1,022.00∼1,027.90원으로 연중 최고점보다 5% 이상 떨어져 원화 강세 환경이 이어졌다.
원화가 강세이면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고 떠나기 좋은 조건이 되며 수출 중심의 국내 주요 대기업 실적에도 악재이므로 증시에는 부담 요인이다.
게다가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에도 달러·원 환율은 쉽게 올라가지 않을 것으로점쳐지고 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의 국내 요인은 국내총생산(GDP)의 6%를 상회하는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라며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으로 환율을 1,150원에서 방어한 2004년 당시에는 3.9%로 작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율 하락을 막으려는 정부 정책을 둘러싼 여건이 2004년과 비교해 쉽지않다는 뜻"이라며 "경상수지 흑자와 정부의 환율 방어 의지를 동시에 감안할 때 당분간 환율은 1,020∼1,040원에 갇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증시에서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수는 이어지고 있으며 당분간 상승세를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남아 있다.
국내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 개선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 매수가 이어지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원화 절상이 정부의 개입으로 속도 조절을 한데다 신흥시장 자금 유입을 비롯한 글로벌 유동성 환경이 개선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이전에 외국인 이탈의 배경에 원화 강세 부담감, 우크라이나 사태, 유럽중앙은행(ECB) 추가 부양책 지연 등이 있었다"며 "이후 외환당국 개입,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력 감소, ECB 부양책 기대감 고조 등 반작용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한동안 요동쳤던 세계 외환시장의 진정도 신흥시장의 유동성을 늘린 것으로 지적됐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외환시장은 달러·유로·엔 등 통화의 이상 등락이 마무리되면서 신흥국 통화도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외환시장 안정이 글로벌 유동성을 자극하는 조건이 돼 최근 주요 신흥시장에서외국인 매수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시장 유동성이 늘면 해외 투자 자금이 자연스럽게 주요 신흥시장으로 꼽히는 한국 주식에 배분된다는 설명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신흥국 쪽으로 자금이 많이 유입되면서 신흥시장 중에서 비중이 있고 다른 신흥국보다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낮은 한국 주식도당연히 매수를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외국인 매수세가 당분간 계속되더라도 펀더멘털 개선 없이 장기간 지속은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경민 연구원은 "외국 자금이 한국 비중을 늘려가며 다른 신흥시장과 균형을맞추는 것일 뿐 한국 시장을 대단히 좋게 봐서 '사자'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 정도 비중이 많이 올라가면 매수강도가 줄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임동락 연구원도 "안정적 수급 여건을 바탕으로 추가 상승을 예상하지만, 박스권 상단 돌파를 이끌 펀더멘털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며 "원화 강세 여파로 2분기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어 실적이 이끄는 추세적 상승에는 제약이 따를 것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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