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총수 구속과 주력사 실적·신용도 관계 없어
재벌그룹 총수가 비리로 구속될 때 해당 그룹주력회사의 실적과 신용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총수가 구속됐던 재벌그룹들의 주요 계열사 재무제표에 따르면 구속된 회계연도의 실적이 전년과 비교해 오히려 개선되는 등 총수의 신병처리와 일관된 방향성을 보이지 않았다.
총수의 신병이 구속될 때마다 그룹의 '경영 마비'를 우려하는 재계의 통념과는사뭇 다른 결과다.
2012년 8월 김승연 회장이 법정구속된 한화[000880]의 2012년 매출과 순이익은2011년보다 각각 3.4%, 1.4% 감소했다.
언뜻 보면 실적 악화로 해석할 수 있지만 구속 2년 전인 2010년 대비 2011년의순이익 증감율(-46.2%)보다는 순이익 감소 폭이 줄었다.
지난해 1월 최태원 회장이 구속된 SK에너지도 2013년 순이익은 큰 폭으로 줄었지만 매출 증감율은 -1.8%로 2012년 증감율(-11.5%)보다는 개선됐다.
지난해 7월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CJ제일제당[097950]의 2013년 매출은 3.4% 감소한 반면 순이익은 12.8% 늘었다.
2011년 1월 이호진 회장이 구속 수감된 태광산업[003240]은 그해 매출이 22.2%늘었고 순이익은 17.9% 감소했다.
2006년 4월 정몽구 회장이 구속됐을 때 현대자동차는 매출은 전년과 비슷했지만순이익은 24.1% 떨어졌다.
당시 현대자동차의 순이익 악화의 원인은 정 회장의 구속이 아니라 원화 강세로수출과 해외부문 실적이 부진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구속된 사례는 아니지만 2008년 4월 이건희 삼성 회장이 불구속 기소됐을 때 삼성전자[005930]의 2008년 매출은 15.5% 증가하고 순이익은 25.6% 감소했다.
2008년엔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의 실적이 상반기까지는 실적이 괜찮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세계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하반기들어 대부분 곤두박질쳤었다.
한국신용평가의 자료를 보면 이들 총수의 구속이나 기소가 결정된 뒤 각 주력사의 회사채나 기업어음의 등급이 하락한 경우도 한 번도 없었다.
총수의 사법 처리가 주력회사의 실적은 물론 신용도에도 결정적인 변수가 되지못했던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내 재벌그룹이 총수 1인 체제에서 전문경영인이 계열사를 나눠맡는 방식으로 바뀌어 총수가 구속돼도 경영에 큰 차질은 없다고 보면 된다"며 "해당 기업의 업황이나 대내외 환경에 따라 실적이 결정된다"고설명했다.
<표> 그룹 총수의 구속과 주력 계열사 실적┌─────┬─────┬─────┬─────────┬─────────┐│ 회사 │ 구속시기 │ 이름 │ 전년대비 │ 전년대비││ │ │ │ 매출액 증감(%) │ 순이익 증감(%) ││ │ │ ├────┬────┼────┬────┤│ │ │ │구속연도│직전연도│구속연도│직전연도│├─────┼─────┼─────┼────┼────┼────┼────┤│ 현대차 │ 2006.4 │ 정몽구 │ -0.2 │ -0.3 │ -34.1 │ 29.7 │├─────┼─────┼─────┼────┼────┼────┼────┤│ 태광산업 │ 2011.1 │ 이호진 │ 22.2 │ 31.5 │ -17.9 │ -19.9 │├─────┼─────┼─────┼────┼────┼────┼────┤│ 한화 │ 2012.8 │ 김승연 │ -3.4 │ 3.8 │ -1.4 │ -46.2 │├─────┼─────┼─────┼────┼────┼────┼────┤│ SK에너지 │ 2013.1 │ 최태원 │ -1.8 │ -11.5 │ -159.1 │ -74.3 │├─────┼─────┼─────┼────┼────┼────┼────┤│CJ제일제당│ 2013.7 │ 이재현 │ -3.4 │ 5.7 │ 12.8 │ 13.2 │├─────┼─────┼─────┼────┼────┼────┼────┤│ 삼성전자 │ 2008.4 │이건희(*) │ 15.5 │ 7.1 │ -25.6 │ -6.2 │└─────┴─────┴─────┴────┴────┴────┴────┘ (*) 이건희 삼성회장은 불구속기소 ※개별회계 기준. 직전연도 증감율은 구속된 연도 2년전과 전년도의 실적비교 hska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