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미만 금융상품 규모 716조 육박주식 대차잔고도 사상 최대인 47조 육박
국내 부동산과 주식·채권·예금 등 모든 금융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이사상 최대치로 불어났다.
22일 금융투자업계와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현금통화 등 6개월 미만 모든 금융상품의 자산 규모가 지난 15일 기준 715조9천85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0조원가량증가했다.
단기 시중 부동자금에는 현금통화 외에 만기 6개월 미만과 수시입출금이 가능한상품인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 정기예금·요구불예금·머니마켓펀드(MMF)·양도성예금증서(CD)·종합자산관리계좌(CMA)·환매조건부채권매도·매출·발행어음 등이 포함된다.
이 중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과 MMF 잔액은 작년 말보다 각각 2조원과 9조원 늘어났다.
시중 부동자금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난 건 2008년 말 세계 금융위기 이후 살인적인 초저금리와 극심한 불황 여파로 부동산시장과 주식, 채권, 펀드, 예·적금등 모든 투자시장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줄곧 2,000 안팎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자 펀드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쇄도하는 반면 신규 투자자금 유입이 적어 단기 부동자금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지난달 27일부터 전날까지 무려 16거래일 연속 자금 순유출을 보이며 모두 1조4천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은 수시입출금식 상품인 MMF나 CMA, 단기 예금 등으로 이동했다.
주식시장 부진으로 주식 대차잔고도 47조에 육박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대차잔고 금액은 46조3천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대차잔고는 월별 기준으로 최고였던 2012년 10월(43조5천만원)보다 2조8천만원 많았다.
3월 말 대차잔고 수량도 14억1천만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도 대차잔고는 꾸준히 늘어 지난 8일 46조9천697억원까지 불어났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기관투자자 등이 주식을 필요로 하는 다른 투자자에게 일정 수수료를 받고 빌려주는 것을 뜻한다.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한 투자자는 주식을 빌려 매도(공매도)한 후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돌려준다.
즉 주식 대차잔고가 늘어났다는 것은 대차거래에 나선 상당수 투자자가 주가가박스권을 뚫고 올라가지 못하리라 전망해 현물을 사서 대차잔고를 갚지 않고 계속보유하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차잔고가 많이 쌓인 업종이나 종목은 앞으로 공매도로 주가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지난 3개월간 대차잔고가 많았던 종목은 전기전자(9조4천억원), 화학(5조7천억원), 운수장비(5조1천억원), 철강금속(3조6천억원), 유통업(2조원) 등이었다.
박선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대차잔고와 공매도가 동반 급증하면서 주가가약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총괄투자전략팀장은 "시중 부동자금과 주식 대차잔고가 사상 최고치로 불어난 것은 주식 등 금융자산의 상승 가능성이 작다고 점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코스피가 2,000선을 뚫고 올라가면 부동자금이 주식 등 투자자산으로 몰리고 대차잔고도 줄어들어 시장이 추세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선순환 구조가 기대된다.
강 팀장은 "최근 주식 매수에 나선 외국인 투자자를 뺀 나머지 국내 투자자들이주식 투자를 늘리면 부동자금과 대차잔고가 줄어들 것"이라며 "이는 증시의 추가 상승 신호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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