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깜짝 폭락했다.
표면적 이유는 바이오·기술주 거품논란과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지만 전문가들은 갸우뚱한 표정이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62% 꺼졌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도 2.09%와 3.10%씩 폭락했다.
나스닥 생명공학 지수가 5.5% 꺼지는 등 최근 버블붕괴 논란에 등락을 거듭했던기술주와 바이오주가 하락세를 이끌었다.
미국 현지에선 전날 발표된 중국 무역수지가 시장의 기대보다 부진했던 것이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중국의 3월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6% 줄어 시장 예상치인 4.8% 증가에한참 못 미쳤다. 바이오·기술주 버블붕괴 논란에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겹치면서 투매가 촉발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작 중국 증시는 올랐다. 전날 상하이종합지수는 무역수지 악화에도 불구하고 1.38% 상승했다.
여타 증시를 살펴봐도 유럽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고, 같은 미주권인 캐나다(-0.
89%), 브라질(-0.11%), 아르헨티나(+0.34%), 페루(+1.28%) 증시도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거나 오히려 올랐다. 미국 증시만 유독 심하게 조정을 받은 셈이다.
바이오·기술주 버블붕괴 논란도 지난달 말부터 보름 넘게 꾸준히 제기된 문제여서 새로운 악재로 보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바이오·기술주뿐 아니라 미국 증시 전반이 고평가돼 가격조정의 빌미를 찾고 있었다는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무역수지 악화에 왜 미국만 놀라야 하느냐"면서 "가격 조정을 위한 핑계에 불과해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져야하는데 간밤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는 오히려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반대로 상품 가격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경기전망이 좋지않다면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미국 증시는 가격부담이 큰 상황이고,이번 어닝시즌에 현재 가격을 뒷받침할 실적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여건이 형성되고있다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신흥국 증시의 부진은 상품가격 하락으로 원자재 수출국인 이들국가의 무역수지가 악화하고, 외국인 자금 이탈과 통화가치 하락,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때문이었는데 지금은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증시가 고평가 논란에 휩싸인 반면, 신흥국은 상품가격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개선과 통화·증시의 동반강세란 선순환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날 한국 증시는 장 초반 약세를 보이더라도 곧 낙폭을 만회하는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임 팀장은 "약하게 시작할 수밖에 없지만 종가 기준으로는 낙폭을 만회하거나플러스 수익률을 보일 것"이라면서 "여전히 IT와 자동차에 관심을 가져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 유입 규모와 범위가 전기전자, 운수장비 외에 철강,화학 등으로도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라면서 "업종별로는 원화강세 수혜주나 소재쪽으로 관심을 넓혀가는 전략이 무리가 없겠다"고 조언했다.
다만 다른 한편에선 너무 긍정적으로만 시장을 내다봐선 안 된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상당기간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양적완화 축소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경기민감주에 '올인'할 것이 아니라 방어주에도 어느 정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코스피가 단기급등 부담을 안고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시간으로 이날 새벽 거래를 마친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연계 코스피200선물 지수는 0.69% 내린 260.90으로 마감했다. 이를 코스피로 환산하면 1,994에해당하며, 전날 코스피 종가는 2,008.61이다.
hwangch@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