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카프로락탐 제조사인 카프로가 '사면초가'에 처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 지배주주 일가가 지분을 모두 처분한 데다 수익성 악화로 신용등급까지 강등됐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카프로의 장기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한 단계 강등했다. 단기 신용등급도 A2-에서 A3+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도 카프로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기존보다 한 단계씩 낮춰 각각 BBB+(안정적), A3+로 제시했다.
신용등급 강등은 수익성 악화 탓이다.
카프로는 지난 2011년 2천16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2012년 240억원 영업손실로 적자로 돌아섰다. 작년 영업손실은 1천130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카프로는 나일론의 원료인 카프로락탐을 국내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제조사다. 그러나 최대 시장인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면서 카프로의 수익성이 나빠졌다.
박재철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카프로락탐 순수입량은 올해도 감소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올해 1∼2월 누적 카프로락탐 수입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8% 감소했다"고 전했다.
또 카프로의 최대주주 효성그룹의 총수 일가가 작년 말부터 카프로 주식을 내다팔아 지분을 정리한 것도 투자심리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카프로는 최대주주인 효성과 2대 주주인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고정적인 거래 수요 등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효성(21.04%)과 특수관계인(4.67%)이 보유한 카프로 지분은 작년 말 25.71%였다.
그러나 특수관계인인 조석래 회장이 보유하던 카프로 지분 전량(0.31%)을 장내매도했다고 지난 8일 공시했다. 앞서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과 3남 조현상 효성 부사장도 지난달까지 카프로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이로써 효성그룹 총수 일가 중 카프로 지분을 보유한 사람은 경영권에서 손을뗀 조현문 변호사(2.13%)뿐이다. 효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간 보유 지분 격차도3.28%포인트로 좁혀졌다.
카프로와 효성 간 거래 규모도 최근 몇년간 줄어드는 추세다.
2011년만 해도 효성에 대한 카프로의 영업거래 규모는 6천60억원에 달했지만, 2012년 5천200억원, 작년 3천600억원으로 급감했다.
한때 코오롱과 지분 매입 경쟁설까지 불거질 정도로 카프로에 관심이 많던 효성총수 일가가 최근 주식을 처분하자 효성과 카프로 간 끈이 느슨해진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효성 관계자는 "조석래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의 카프로 주식 처분은 사적인 필요 때문"이라며 "㈜효성이 카프로의 최대주주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카프로의 주가는 실적 쇼크와 효성 총수 일가의 지분정리 등으로 작년 말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작년 12월 초 6천630원이던 주가는 전날 4천990원으로, 25% 가까이 떨어졌다.
ykb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