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명 준명품 업체 상당수가 지난해 국내경기불황의 찬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준명품의 주요 고객인 국내 중상위 소득계층이 지갑을 닫으면서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이 급감하거나 적자 전환한 것으로 판단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접이식 천가방 제품이 유명한 프랑스명품 브랜드 롱샴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 기준으로 전년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롱샴코리아는 2011년만 해도 17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지만 2012년에 영업이익이 6억3천만원으로 급감했고 급기야 지난해 3억원가량 영업손실을 냈다.
유명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벤'과 '오클리'를 보유한 이탈리아 명품 안경 제조업체 룩소티카도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초라한 실적을 거뒀다.
룩소티카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억2천만원으로 전년(49억원)과 비교해 96%가량 줄었다.
다른 해외 명품 브랜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펜디코리아의 영업이익도 2012년 17억5천만원에서 지난해 5억9천만원으로 쪼그라졌다.
같은 기간 이탈리아 남성 패션 브랜드인 에르메네질도 제냐코리아의 영업이익도25억4천만원에서 11억4천만원으로 반토막이 됐다.
이들 준명품 업체가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변변치 못한 실적을 거둔 구체적인원인은 각사마다 다르지만, 매출액 감소가 공통적인 배경이다.
롱샴코리아의 작년 매출액은 1년 전보다 약 9% 감소했다. 이 회사는 매출액이줄어든 상황에서 급여, 광고선전비, 판매부대비 등이 급증해 판매관리비를 전년보다크게 줄이지 못한 탓에 영업이익 기준으로 적자 전환했다.
펜디코리아의 경우 작년 매출액은 1년 전과 비교해 약 4% 줄었다. 그러나 감가상각비와 수선비가 전년보다 크게 늘어 전체적인 판매관리비가 증가한 탓에 매출액감소 폭에 비해 영업이익상의 타격이 더 컸다.
룩소티카코리아도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약 2% 줄었지만 매출원가와 급여,복리후생비 등 인건비가 1년 전보다 크게 늘어나 영업이익은 100%에 가깝게 급감했다.
그밖에 에르메네질도제냐코리아와 불가리코리아의 작년 매출액도 1년 전보다 5%, 3%씩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준명품의 주된 고객인 중상위 소득계층이 지난해 소비를 줄인 점을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김필수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소득 기준 최하위층은 경기상황과 상관없이 명품을 구매하지 않고 최상위층은 불황에도 다른 사람들은 소비하기 어려운 고가명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중상위 소득계층은 불황에 소비를 전체적으로 줄이면서 준명품 구매도 뜸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가 명품 브랜드인 페라가모코리아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107억1천만원으로, 1년 전(188억5천만원)보다 40% 넘게 줄었다.
그러나 샤넬·에르메스 등 다른 고가 명품 브랜드는 외부감사 대상이 아닌 외국계 유한회사로 분류돼 실적을 공시하지 않았다.
루이비통코리아도 2012년에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함에 따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의 규율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주식회사로 한정된 외감법의 규율 대상을 상법상 유한회사, 비영리법인, 비상장 대형 주식회사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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