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기업 "소액주주 영향력 커지면 오너 힘 약해져"
우리나라 정부는 소액주주를 보호해주는사외이사가 선임되는 길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관련 내용이 포함된 상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재벌기업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법안은 반년 넘게 표류하는 상황이다.
법무부가 지난해 7월 입법 예고한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 선임 과정에서 각 주주가 1주마다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을 강화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나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다.
재벌 기업들은 오너나 경영진의 힘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집중투표제에 대해 끊임없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표면적으로는 이사회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질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현행 상법에도 기업들이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언급되어있다. 그러나 '정관에서 따로 정하지 않은 경우'에 한하고 있어 대부분의 기업이 정관을 통해 집중투표 가능성을 차단해뒀다.
실제 집중투표제를 시행하는 기업은 포스코[005490]와 KT[030200], SK텔레콤[017670], 한국전력공사 등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물론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더라도 한계는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원의 이지수 변호사는 "집중투표제의 효과가 있으려면 지분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분이 지배주주나 계열사, 우호 주주들에게 지나치게 몰려 있어 사실상 제도가 도입돼도 큰 힘을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제도 도입만으로도 소액주주의 권리가 진일보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는 데에는 전문가 대부분이 공감했다. 특히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의 힘까지 보태진다면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남재우 박사는 "집중투표제 도입을 통해 소액주주들의 참여를늘리는 동시에 최근 국민연금이 만도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진 사례처럼 기관투자자까지 힘을 합친다면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상법 개정안 중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도록 한다는 대목도 소액주주의 권리 증진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으로는 사실상 경영진과 지배주주의 기호에 맞게 한 차례걸러진 인사들이 감사위원직에 올랐다"며 "감사위원이 상당한 법적 권한을 가지는만큼 분리 선출안이 적용되면 감사위원회만이라도 견제 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yuni@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