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이대론 안된다> ② 사외이사 독립성 또 무산

입력 2014-03-17 04:00
10대 재벌 사외이사는 '예스맨'…반대의견 0.59%사외이사 보수 삼성 7천500만 1위, 현대차 2위, LG 3위STX그룹·동양그룹 사외이사들 그룹 부도에 무관심



주총 시즌이 되면 대주주들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한 사외이사들이 선임된다.



그러나 10대재벌 계열사 사외이사의 96%는 지난해 이사회에서 단 한 차례도 찬성 이외의 의견을 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임원 연봉·퇴직금 인상, 이사의 보수한도 상향, 계열사 유상증자 참여 등 일반주주의 이해와 충돌할 수 있는 주요 안건에서도 사외이사들의 목소리는 없었다.



사외이사 제도가 구색 맞추기용 '거수기'나 '로비용'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힘을 얻는 이유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10대그룹 91개 상장 계열사는 지난 한 해 평균 10.5차례 이사회를 열어 2천151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그러나 이중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하나도 없었다.



보류된 안건은 2건으로 전체 안건의 0.09%에 불과했다. 수정가결은 1건(0.05%),조건부 가결은 0건이었다. 결국 사외이사들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 안건은 총 3건에불과했던 셈이다.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에 찬성이 아닌 의견을 한 번이라도 제시한 사외이사는 총14명으로 전체(341명)의 4.11%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직접적인 반대 의견을 낸 경우는 2명(0.59%)이었고, 나머지는 기권(2명), 보류(10명)였다.



사외이사의 95.89%(327명)는 작년 한 해 동안 단 한 번도 반대 목소리를 내지않고, 대주주와 경영진 편에서 일사천리로 안건을 통과시켰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이들이 1년간 받아챙긴 연봉은 많게는 9천만원이 넘었다.



LG 사외이사들의 2013년도 보수액은 1인당 9천500만원이었다. 이사회 개최일수가 6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하루 급여는 무려 1천583만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LG에 이어 에스원(9천400만원), 삼성SDI(8천700만원), 현대차(8천700만원) 제일모직(8천600만원) 등의 순으로 사외이사 급여가 많았다.



그룹별로는 삼성 계열사의 사외이사 연봉이 평균 7천50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현대차(6천900만원), LG(6천400만원), 현대중공업(5천800만원), 롯데(5천800만원),두산(5천400만원), SK(4천400만원), GS(4천300만원), 한진(4천100만원), 한화(3천400만원) 등이 뒤를 따랐다.



10대 그룹에 속하지 않는 기업에서도 사외이사들의 역할 부재는 마찬가지이거나더 심각해 보인다.



작년 잇따라 유동성 위기를 겪고 해체된 STX그룹과 동양그룹이 대표적이다.



㈜동양의 경우 2012년 48차례, 2013년 1~9월 36차례나 이사회를 열었지만 단 한건도 사외이사들로부터 안건에 대한 이의제기가 없었다. 출석률도 형편 없어서 2012년도에는 18차례나 사외이사 전원이 이사회에 불참했다.



그룹 경영이 악화일로를 걸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책임을 내버렸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STX그룹 계열사 사외이사들 역시 같은 기간 이사회에서 '찬성'으로 일관했다.



이렇게 사외이사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근본적 원인은 권력기관이나 그룹 관계자를 영입해 거수기나 방패막이로 활용하려는 회사측에 있다.



재벌그룹 관계자들은 권력기관의 요구에 하는 수 없이 권력기관이 추천하는 인물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있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외이사직을 맡는 저명인사나 전문가들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지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변호사는 "사외이사는 막중한 권한과 책임이 따르는 자리인데 고위직 은퇴 후 잠시 거쳐가는 자리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회사의 흥망을 결정할 수 있는 자리를 용돈벌이용으로 인식한다면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선 회사에 큰 문제가 생겼을 경우 사외이사들도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면서 "이사회 참석자 전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온다면 지금처럼 대충주의로 일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wangch@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