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부채·과잉생산 문제는 구조개혁 대상"중앙정부 재정 지출 9.5% 늘려 경제성장률 유지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성장-개혁 동시 추진' 방침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 중국의 성장률 급락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가실 것으로보인다.
중국 정부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에 앞서 배포한 리커창(李克强)총리의 정부 업무보고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와 같은 7.
5%로 제시했다.
리 총리는 "중국은 여전히 사회주의 초급단계인 개발도상국이며 경제 성장은 여전히 중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며 "경제 성장을 중심 과제로 고수하고 적절한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개혁을 위해 성장률 급락까지 감수할 뜻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리 총리는 통화량(M2·광의통화 기준) 증가 목표치도 지난해와 같은 13.0%로 유지해 급격한 유동성 긴축 가능성을 배제했다.
중국 정부는 그러면서도 중국 경제의 최대 위험 요소로 꼽히는 산업 과잉생산과지방정부 부채 문제를 구조개혁 대상으로 뚜렷이 적시했다.
재정부는 지방정부의 부채 조달 경로인 지방정부투자기관(LGFV)의 자금 조달 기능을 없애고 LGFV 부채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정부들은 그간 성장률을 높이려고 LGFV를 통해 자금을 끌어들여 사회간접자본(SOC)·부동산 등 개발 사업을 마구 벌여왔고 이는 부채 팽창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이제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서 중국 부채 문제의 핵심인 지방정부 부채를규제하겠다는 것이다.
국무원 조직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도 "지방정부들이 각자 타당한 성장률 목표를 잡아야 하며 성장률을 놓고 서로 경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해 앞으로지방정부의 무분별한 개발·투자에 대한 중앙정부의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중국 정부는 또한 시멘트 생산용량 4천200만t, 강철 생산용량 2천700만t을 감축하는 등 산업 과잉생산에도 칼을 들이대기로 했다.
특히 이를 최근 중국 최대 이슈로 떠오른 대기오염 등 환경오염 문제 개혁과 결합해 1만여 개 기업을 탄소 배출 감축 대상 사업장으로 지정하고 석탄을 연료로 하는 용광로 5만여 개를 폐쇄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또한 대도시의 스모그를 줄이기 위해 환경 기준에 미달하는 차량 600만 대를 도태시키고 태양광·풍력 등 신에너지와 원자력 투자를 늘릴 방침이다.
이처럼 그간 성장을 이끌어온 제조업·지방정부 투자를 개혁하면 당연히 성장률하락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성장률 저하 우려를 중앙정부의 재정지출로 상쇄하겠다는 것이 이번에중국 정부가 내놓은 카드다.
중국은 올해 재정지출을 15조3천억 위안(약 2천664조원)으로 9.5% 늘리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재정적자 전망치도 1조3천500억 위안 적자로 지난해보다 12.5%늘려 잡았다.
GDP 대비 재정적자 전망치도 2.1%로 지난해 목표치인 2.0%보다 소폭 높였다.
중국 부채 팽창은 지방정부·기업 부문에서 심각한 반면 중앙정부 재정은 상당히 건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지방정부와 기업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여력이 있는 중앙정부가 재정지출을 통해 성장률을 유지하겠다는 복안이다.
리 총리는 "성장률 목표치는 경제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시장의 신뢰를 높일 것"이라고 밝혀 성장률 유지가 개혁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순조롭게 진행하게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박석중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발표가 "개혁을 늦추겠다는 것은 아니고 구조조정을 벌이는 동시에 사회안전망 확대 등 재정투자를 병행하겠다는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성장을 포기하지 않는 수준에서 개혁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특히 M2 증가율 목표치를 낮추지 않은 것은 유동성 긴축을 강화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따라서 시장이 우려했던 중국 성장률 급락의 가능성은 줄것 같다"고 전망했다.
jh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