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턴, 현대산업개발 지분 '무더기 매도'

입력 2014-02-09 04:02
한때 현대산업개발의 최대주주 자리를 놓고 지분 확보 경쟁까지 벌이던 템플턴자산운용이 최근 들어 주식을 무더기로 내다 팔고있어 눈길을 끈다.



템플턴이 애초 현대산업개발의 경영권에 관심을 두고 지분을 늘려왔으나, 업황부진과 함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자 투자지분을 본격적으로 회수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템플턴은 올해 들어 두 차례의 공시를 통해 현대산업개발의 주식을 처분한 사실을 알렸다.



해당 공시에 따르면 템플턴은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지난 5일까지 15거래일에걸쳐 현대산업개발 주식 109만4천593주를 장내 매도했다.



이에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템플턴과 특별관계자의 지분율도 지난해 12월 9일 기준 17.34%(1천307만135주)에서 지난 5일 기준 15.89%(1천197만5천542주)까지 떨어졌다. 약 2개월 만에 지분율이 1.45%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특히 템플턴의 이번 매각은 지난해 4분기에 1천831억원의 영업손실이 났다는 현대산업개발의 실적 발표를 전후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29일 10만주, 지난 3일 25만2천520주에 이어 실적이 발표된 지난 4일 7만9천910주를 팔았고 5일에 다시 37만4천40주를 장내매도한 것이다.



이 같은 지분율 변동 폭은 과거 추이에 비춰 크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템플턴과 특수관계자의 현대산업개발 지분율은 약 12개월(2013년 1월 4일∼12월 9일)에 걸쳐 20.05%에서 17.34%로 서서히 낮아졌는데, 최근에는 불과 2개월 사이에 1%포인트 이상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때 템플턴은 정몽규 회장과 현대산업개발의 최대주주 자리를 놓고 지분율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7월 템플턴은 현대산업개발 지분율을 17.43%까지 높이며 정회장 측(당시 지분율 17.06%)을 제치고 처음으로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에도 템플턴은 정 회장 측과 지분 확보 경쟁을 벌였지만 지난해부터는 지분을 서서히 줄여, 최근에는 템플턴(15.89%)과 정 회장 측(18.83%) 간의 지분율 격차가 더욱 커진 상태다.



템플턴이 현대산업개발의 투자지분을 회수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증시 전문가마다 분석이 다르다.



한쪽에서는 템플턴이 애초부터 경영 참여에는 뜻이 없었으며 철저히 수익률을추구하는 방향으로 매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모 삼성증권 연구원은 "템플턴은 재무적 투자자이므로 경영권을 위해 지분을 사들인 게 아닐 것"이라며 "최근 주식 매도는 차익실현이나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이뤄졌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템플턴이 앞서 5∼6년 전 국내 부동산 경기가 활황일때 경영권에 관심을 두고 지분을 매집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문욱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기업이 아닌 현대산업개발 단일 종목을 17%대까지 매입한 현상은 경영권이나 인수·합병(M&A) 이슈가 아니라면 납득하기 어려운 현상인 것은 맞다"고 판단했다.



그는 "템플턴의 최근 매매 동향의 배경을 외부에서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투자매력도가 (부동산 경기가 좋았을 때보다) 떨어졌거나 단일 종목에 대한 지분율이 지나치게 높아져 부담이 커지자 전략적 차원에서 줄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ykb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