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펀드 시장에서 한국의 펀드 수가 가장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펀드 규모는 최하위권에 머물러 외형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해 3분기 말 기준국내 펀드 수는 모두 9천857개로 집계돼 미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 46개국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한국의 펀드당 순자산 규모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국의 펀드당 순자산 규모는 2천860만 달러(한화 약 303억원)로 불가리아(470만 달러), 칠레(1천550만 달러), 슬로베니아(1천960만 달러), 파키스탄(2천110만 달러)에 이어 끝에서 다섯 번째로 작았다.
결국 한국이 펀드 수는 많지만 대형 펀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펀드 개수가 많은 룩셈부르크(9천466개)의 펀드당 순자산 규모는 3억340만 달러로 한국의 10배가 넘는다.
그 뒤를 이은 브라질(7천863개)과 미국(7천605개)의 펀드당 순자산 규모도 각각1억3천600만 달러, 18억8천100만 달러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금융 당국의 관리·감독에도 여전히 국내 펀드시장에 소규모 펀드가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소규모 펀드는 투자 시 리스크 관리를 위한 분산 투자가 어렵고, 운용사의 관리도 상대적으로 소홀해 투자자 보호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줄곧 제기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설정액이 100억원 미만인 소규모 공모펀드의 수는 2천77개로 전체 공모펀드의 63%를, 10억원 미만의 펀드는 874개로 26.5%를 차지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1년 6월부터 설정액 50억원 미만의 공모펀드에 대한 청산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이후에도 10억원 미만의 공모펀드 비중은 25% 안팎에서 유지되고 있다.
소규모 펀드가 지금처럼 늘어난 데는 자산운용업계와 판매사의 관행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박창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2004년에는 채권형 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 2007년에는 주식형 펀드의 신규 설정이 급증했었다"며 "소규모 펀드가청산되려면 시장 유행에 따라 특정 유형에 쏠려 펀드를 출시하는 업계의 관행이 바로잡혀야 한다"고 말했다.
소규모 펀드 청산에 소극적인 은행·증권 등 판매사의 태도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판매사는 수익률이 저조한 소규모 펀드를 청산할 경우 사후에 고객 관리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소규모 펀드 청산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펀드가 청산되면 비슷한 성격의 다른 펀드로 고객돈을 옮겨주는데 이 과정에서 고객들에게 민원과 항의가 많이 들어와 판매사 직원들이 소규모 펀드 청산에 소극적인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ykb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