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예탁금 3조 감소…코스닥서 8년 만에 순매도"오른다"고 외치는 증권사들 투자자 신뢰성에 '먹칠'
올해 증시 폐장일인 30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에 자리 잡은 모 증권사 지점.
TV 증권방송에서 경제민주화, 3D프린터 테마주 등을 추천하는 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 영업장 안은 썰렁한 모습이었다.
이 증권사의 창구 직원은 "작년 연말에는 연금저축펀드 가입을 상담하는 고객이꽤 있었는데 올해는 이마저 줄었다"며 "소득공제 상품의 투자 상담이 줄어들 정도로개인 투자자들의 의욕이 꺾였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지점에서도 60∼70대 투자자 10여명만이 조용히 폐장을 맞고 있었다.
이 증권사 부지점장은 "증권업 체감 경기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보다더 나쁘다"며 "외환위기 당시 투자자들은 위기를 극복하면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버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나아질 게 얼마나 있겠느냐'며 겁먹은 모습"이라고 전했다.
증시 침체에 지친 개미들이 하나둘씩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
코스닥시장을 떠받쳐온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8년 만에 주식을 순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5년 연속으로 주식을 팔았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6천390억원, 코스닥시장에서는 6천213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이와 함께 개인 거래대금 비중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별 연간 매매 추이가공식 집계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올해 개인 투자자들의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 비중은 46.51%로 작년보다 4.34%포인트 낮아졌다. 코스닥시장 비중도 88.91%로 작년보다 2.73%포인트 떨어졌다.
개인들이 주식시장에 돌아올 가능성도 당분간은 크지 않아 보인다.
개인들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지표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27일 현재 14조2천768억원으로 작년 말(17조749억원)보다 무려 3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고객이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놓은 돈인데,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점차 낮아지면서 예탁금 또한 대폭 감소한 것이다.
개인들은 직접투자뿐만 아니라 간접투자에도 등을 돌렸다.
올해 공모펀드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8년 만에 처음으로 60%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10월 말 현재 이 비중은 56.01%다.
증시 전문가들은 투자 수익률이 신통치 않은데다 가계 가처분 소득 감소로 주식에 묻어둘 만한 여유자금이 넉넉지 않아 개인들이 증시를 외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코스피 연중 고점과 저점은 각각2,059와 1,780으로 좁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주식을 사면 거둘 수 있는수익률이 한정되고, 그렇다고 팔 수도 없는 상황이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논란 등 각종 증시 변수가 쏟아지는 가운데 정보력과 자금력이 뒤떨어지는 개인의 대응은 한 발짝씩 늦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개미들의 투자 성적은 올해도 처참했다.
개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19개 종목의 주가가 연초 또는 상장당시보다 하락했다.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중 주가가 40% 이상 급락한 종목은 삼성엔지니어링[028050](-60.12%), 현대상선[011200](-51.69%) GS건설[006360](-46.77%), LG상사[001120](-40.54%) 등 모두 5개다. 사들인 종목 5개 중 1개꼴로 주가가 반 토막 난 셈이다.
반면 개인 순매도 상위 20개 종목 중에서는 기아차[000270](-0.71%)와 삼성물산[000830](-3.19%)을 제외하고는 모두 주가가 올랐다.
'매수' 권고만을 반복하는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것도 개미들이증시를 떠난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동양 사태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이종우 센터장은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이 정확한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한층 더 노력해야 한다"며 "자기검열을 하지 않고 '매도' 투자의견도 자유롭게 낼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