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탈출 실패…세계 40개지수중 상승률 30위거래량 '뚝'…내년엔 선진국발 '낙수효과' 기대
2013년 한국 증시가 0%대의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며 한해를 마감했다.
하반기에 강세장에 대한 기대감이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대외 악재에 쉽게 휘둘리는 신흥국의 한계와 수급 기반 취약이라는 고질적인 약점 탓에 이번에도 한국 증시는 박스권 탈출에 실패했다.
내년 주식시장 전망은 일단 장밋빛이다.
하지만 올해처럼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엔화 약세, 글로벌 경기 회복의 진행 과정에 따라 또다시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 1,770∼2,060 박스권 흐름 지속…투자자 관심도 '뚝' 2012년 말 1,997.05로 마감한 코스피는 1년 전에 비해 0.7% 오른 2,011.34로 거래를 마쳤다.
연초 증권사들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올해 코스피가 2,500까지 상승할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 최고점은 2,059.58에 불과했다.
1분기에는 뱅가드 펀드의 벤치마크 지수 변경에 따른 매물과 일본의 무제한 양적 완화에 따른 엔화 약세가 증시에 부담을 줬고, 2분기에는 '버냉키 쇼크'로 불리는 미국 테이퍼링 우려로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렸다.
3∼4분기에는 미국의 경제 지표 호조와 양적완화 축소 우려의 완화로 증시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는 듯했으나 외국인의 매수 강도 약화, 실적 전망치의 하향 조정, 재차 강화된 엔화 약세가 또다시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이 때문에 코스피는 작년 박스권과 비슷한 1,770∼2,060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했고, 실망한 투자자들은 시장에서 급격히 이탈했다.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작년 4조8천억원이었으나 올해 4조원으로 16.7%나 감소했고, 일평균 거래량도 4억9천만주에서 3억3천만주로 32.7% 급감했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인 코스닥시장에서는 일평균 거래대금이 작년보다 14.4% 급감한 1조8천억원에 머물렀고, 일평균 거래량은 2004년 이후 최저치인4억만주에 그쳤다.
새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으로 코스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투자심리 위축으로 코스닥 지수는 올해 0.7% 상승한 499.99로 장을 마감하고 말았다.
한국 증시의 침체는 글로벌 시장과 비교할 때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코스피는 세계 주요 국가대표지수 40개 중 수익률이 30위에 머물 정도로 부진했지만,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일본 닛케이255 지수는 각각 29%, 57% 상승했다.
미국의 제조업 부흥 정책과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선진국과 신흥국 경기를 차별화시켰고, 이에 세계의 자금이 선진국 증시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한국은철저히 소외당했다.
◇ 내년 장밋빛 전망…"테이퍼링과 엔저에 발목 잡힐 가능성" 2014년 주식시장 전망은 낙관론이 대세다.
국내 증권사들은 내년 코스피 최고점을 평균 2,300으로 전망했고, 일부는 2,500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세계 경제를 미국 중심의 선진국이 주도하면 국내 수출기업의 이익이 늘어나고 증시도 박스권을 탈피해 본격적인 강세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 회복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 현상이 더욱 강화되고, 신흥국 내에서 투자매력도가 높은 한국이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깔려 있다.
하지만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와 별도로 미국 테이퍼링 이슈는 여전히 증시의변동성을 키울 뇌관으로 분류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월 850억달러인 채권 매입액을 내년 1월부터 750억달러로줄이는 테이퍼링에 착수한다.
시장에서는 그간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측면이 있다고 보지만, 향후 미국 경기 개선을 고려해 테이퍼링 규모가 확대되거나 양적완화가 종료되면 시장의 불안감이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앞서 지난 5월에도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이후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주식과 채권에서 대규모로 이탈한 바 있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경험적으로 양적완화가 종료되는 시점에는 증시 변동성이 확대됐고, 그에 앞서 2분기께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테이퍼링 확대 의견이대두할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연준발 불확실성이 다시 고개를 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화 약세도 증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아베노믹스' 이후 본격적으로 상승한 달러-엔 환율은 12월 들어 105엔대에 진입했다.
일본이 경기 부양을 위해 엔저를 계속 유도할 수 있고, 미국 테이퍼링의 영향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엔화 약세는 더 심해질 수 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엔 환율이 더 상승하면 한국 수출기업들의경쟁력에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며 "원화와 엔화 두 통화의 방향성에 차이가 발생하면 증시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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