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달러가치 상승에 엔·달러 104엔 돌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5월부터예고한 '출구전략'이 윤곽을 드러내자 미국·일본·한국 증시가 일제히 환호했다.
지난 7개월간 투자자들을 괴롭혔던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자시장은 준비된 모습으로 미국 중앙은행의 자산매입 축소를 받아들였다.
축소 규모가 100억 달러로 시장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점 또한 주가 상승 동력이 됐다.
양적완화 축소 시기와 규모 모두 시장 참가자들이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국내 채권시장과 외환시장도 안정된 모습이다.
◇ 미국 증시 급등…코스피도 '환호' 연준이 다음 달부터 자산매입 규모를 매달 850억 달러에서 750억 달러로 줄인다고 발표하자 1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주요 지수는 일제히 상승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92.71포인트(1.84%) 오른 16,167.97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9.65포인트(1.66%) 1,810.65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지수도 1.15% 올랐다.
투자자들은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만큼 미국 경제 상황이 좋아졌다는 데 주목했다.
실업률이 6.5% 아래로 떨어진다 해도 기준금리를 상당기간 제로(0~0.25%)에 가깝게 운용할 것이라는 연준의 선제 정책 안내(포워드 가이던스)도 시장 참여자들을안심시켰다.
19일 코스피도 장 초반 1% 넘게 상승하며 환호했다.
이날 오전 10시 25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14.66포인트 오른 1989.29에 거래됐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61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일본 증시는 국내 증시보다 더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같은 시간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239.80포인트(1.54%) 상승한 15,827.60,토픽스지수는 14.27포인트(1.14%) 오른 1,264.76에 거래됐다.
대만증시의 가권지수도 전날보다 54.49포인트(0.65%) 상승한 8,403.53을 나타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번 결정이 불확실성 제거라는 측면에서 코스피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출구전략 우려가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돼 있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우려도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양적완화 축소 규모가 예상된 수준이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 크게 이탈할 가능성은 적다"면서 "외환 보유고가 탄탄하고 경상수지가 흑자인 한국 시장이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지난 8월 금융위기 직전까지 몰린 인도네시아, 인도 등 신흥국 시장의 자금 이탈 우려는 여전하다.
이들 국가가 긴축 정책을 펴고 있지만,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인데다 경상수지적자도 발목을 잡고 있다.
허재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 정상화는 호재지만, 신흥국들이 양적완화 축소에 함께 환호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담담한 채권시장…"예상했던 결과" 양적완화 축소 결정에도 미국 채권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자 국내 채권시장 역시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뉴욕채권시장에서 18일 오후 4시(미국 동부시간) 현재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0.045%포인트 상승한 연 2.888%를 나타냈다. 이는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이 감소하고, 원·달러 환율이 올라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 표시 자산 비중을 축소할 수 있다.
박승영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했을 때는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3%까지 올랐다"며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현재 수준에서제한된다면 국내 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채권 금리는 양적완화 축소 우려를 미리 반영해 오를 만큼 올랐기 때문에연준의 출구전략이 미치는 여파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오전 10시 현재 전날보다 0.01%포인트 하락한 연 2.890%를 나타냈다. 국고채 10년물도 전날보다 0.02%포인트 내린 연3.60%를 기록하고 있다.
◇ 달러화 가치 상승에 달러·엔 환율 104엔 돌파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안도하는 가운데 시장 참여자들의 시선은 환율 움직임에쏠리고 있다.
양적완화 축소 결정에 달러화 가치는 초강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달러 가치 상승과 함께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장중 104.36엔까지오르며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엔 환율은 한국 시간으로 오전 9시 46분 현재 전날보다 1.10엔 오른 104.
11엔에 거래되고 있다.
이 시각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4.9원 오른 1,056.20원을 나타냈다.
달러 대비 세계 주요 통화 가치 또한 급락했다.
달러·위안 기준환율은 달러당 6.1183위안으로 전날보다 0.0078위안 상승했다.
유로화 가치는 유로당 1.3688달러로 전날 대비 0.0007달러 하락했다.
다만, 국내 환율 전문가들은 이번 양적완화 축소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규모였다는 점에서 원·달러 환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엔화 약세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한국 금융시장에 가장 큰 위험 요소다. 엔화 약세로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 회복이 지연되면양적완화 축소는 국내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상무는 "미국의 자산매입 규모 축소로 달러가강세를 띠고 엔화가 지금보다 더 약세로 돌아서는 흐름이 국내 경기와 증시에 가장부담스러운 요인"이라고 말했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 통화 가치가 하락해 아시아 경기가 전반적으로 나빠지는 것 또한 국내 수출 개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지난 8월 양적완화 축소 전망에 따른 자본 유출 직격탄을 맞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태국 바트화, 말레이시아 링깃화 등 신흥국들의 통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급락세를 보인 바 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