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죄는 미국> 전문가 진단

입력 2013-12-19 09:12
"미 경기 회복·불확실성 해소는 한국경제에 긍정적""급격한 외국인 이탈 없을것…엔화 약세는 부담요인"



전문가들은 1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이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인 만큼 한국 경제에도 수출증가를 비롯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산매입 규모를 다음달부터 줄여 나가는 미국의 테이퍼링이 이미 올해 중반부터 예상됐던 데다 규모 역시 온건한 수준이어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 등 증시가받을 충격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달러화가 강세를 띠는 과정에서 엔화 약세가 심화하면 국내 경기와 증시에부담스러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상무 테이퍼링 착수는 미국 경기가 좋아진다는 것을 전제로 내린 결정이다. 미국 경기 회복에 따라 우리 수출도 좋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테이퍼링 → 달러 강세 → 엔화 약세' 흐름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달러·엔 환율이 104엔 선을 상향 돌파해 연 최저치 수준이다. 엔화가 약세일 때 한국 증시가 일본 증시를 못 따라간 최근의 전례가 있다.



금리 자체가 좀 더 오른다면 이 부분도 썩 좋지 않은 여건이 될 것이다. 테이퍼링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한국의 시중 금리가 올라갈 것이다. 기업하는 입장에서 금리가 오르면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므로 부담스럽다.



정리해 말하면 이번 테이퍼링 결정은 국내 증시에는 중립적 재료다. 미국 경기가 좋아져 우리나라의 기초여건도 좋아질 수 있다는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달러 강세에 따른 부작용(엔화약세)과 금리 측면에서 보면 부정적이다.



관건은 수출을 비롯해 국내 기초여건이 얼마나 빨리 회복될지다. 미국과 유럽의경기가 좋아지면서 한국의 수출도 개선되면 테이퍼링의 부정적 영향을 넘어설 수 있겠지만, 아시아 경기 둔화나 엔화 약세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져 국내 수출회복이 발목 잡히면 문제다. 테이퍼링과 기초여건 회복 지연이라는 문제가 동시에 맞물리니부정적이다.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탈은 없을 것이다. 국내 기업의 이익과 수출이 좋아지는지를 확인할 것이다. 그래서 수출 회복문제가 관건이다.



◇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테이퍼링 규모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제일 좋지 않은 반응은 '양적완화는 유지한다고 발표했는데도 주가가 빠지는 것'이다. 그러나 축소하면서 미국 증시가 연중 최고치로 다시 올라갔다.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의미다. 시장참여자들이 경기 회복을 반영한 자연스런 흐름으로 인식한다고 보면 우리 시장도 안도감에 의한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시장은 이미 6월부터 양적완화 우려를 선반영해 악재에 둔감해졌다. 축소가 어느 정도 진행돼도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면 시장은 크게 우려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구조가 취약한 국가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화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우리는양적완화 이후 오른 부분이 없어서 그다지 실망할 이유도 없다. 또 6월 양적완화 우려가 불거질 당시 변동성을 보인 국가는 대부분 재정적자에 외국인 자본 이탈에 따른 변동성이 큰 취약국이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흑자 기조에 있고 안정성이 있어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탈은 없을 것이다.



고민스런 것은 엔화다. 다만 시장 전체보다는 업종별 선호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업종별 득실을 따진다면 엔화 약세 민감 업종은 반등세가 제한되지 않겠는가하는 정도다. 원화 강세가 더 심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면에서 한국 같은 수출 주도경제에는 크게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 김성노 KB투자증권 이사 양적완화 축소 단행은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하는 것이다. 기초여건이 개선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에 변화가 없었고 작은 규모로 시작해 점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뉘앙스를보인 만큼 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일단 불확실성이 제거된 것이 가장좋은 요소이다. 일정표를 내놓은 것이 아니라 경제상황을 보고 추가로 하겠다는 것인데 신의 한 수가 아닌가 싶다. 오늘 국내 증시도 안도 쪽으로 기울어 괜찮을 것같다.



다른 변수로는 엔화 약세가 다소 심화된 것을 꼽을 수 있다. 신흥국이 그동안양적완화 이슈 때문에 고생했는데 그게 풀리느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양적완화 축소 결정은 하나의 이벤트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변수가 되진 않을 것이다.



◇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 단기적으론 외국인 매도가 많아져 시장 반응이 안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축소규모가 예상된 수준인 만큼 외국인 자금이 크게 이탈할 가능성은 적다. 지난 8~9월외국인 매수에서 확인됐듯이 한국 시장이 다른 신흥국 시장보다 우위에 있을 것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테이퍼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민간 주도의 경기 회복이 나타날정도로 경기가 튼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이므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테이퍼링 이후 달러화와 원화, 엔화 간 환율에 따라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우선 달러화가 강세가 되면서 한국 수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작용하겠지만, 엔·달러 반등 폭이 원·달러 반등 폭보다 더 크면 원·엔 환율로 따졌을 때 한국에 불리할 수 있다.



◇ 채현기 KTB투자증권 연구원 자산가격에 이미 테이퍼링 악재가 어느 정도 선반영돼 있었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은 예전처럼 크지 않을 것이며 충격이 있더라도 단기에 그칠 것이다. 테이퍼링이사실상 지난 6월 이후 2분기 연속 고려돼 온 이슈였고 문제는 시행 시점이었다. 이번 결정으로 오히려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신뢰가 커질 것이다.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정책 제시)도 함께 내놓은 것은미 연준이 테이퍼링을 시행하면서도 시장 안정성을 도모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풀이된다.



많은 시장 관계자들이 내년 초에 테이퍼링 시행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음에도미 연준이 올 연말에 결정을 내린 것은 통화정책의 신뢰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후임 의장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 부의장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계산도 있었다고 본다.



◇ 신중호 이트레이드증권 투자전략가 남아공이나 브라질, 멕시코, 터키 등 경상수지나 정부부채 면에서 우리나라에뒤처지는 신흥국은 자금 압박을 받겠지만, 기초여건이 좋은 우리나라 입장에선 부정적 요인이 줄어드는 결과를 얻을 것이다.



다만 미국 경기 회복이 우리나라 수출 호전으로 곧장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문이남는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우리나라 경제가 함께 좋아진다는 단선적인 움직임은끝났다. 미국의 경기 개선이 우리나라에도 호재가 되게 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외국인 자금 이탈은 크지 않을 것이다. 혹 빠져나가더라도 테이퍼링 때문이 아니라 우리 기업의 실적 자체에 대한 판단에 기인할 것이다. 현재 시장에는 연말 실적에 대한 기대감, 내년에는 더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상태다. 테이퍼링시행에도 기업 실적이 기대 이하이거나 달러화 상승세가 완만하다면 지수가 현 박스권을 벗어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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